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다시 워싱턴DC로 향했다. 두 고위급 인사가 불과 이틀 만에 재출국한 것은 남은 핵심 쟁점을 놓고 미국과 최종 담판을 벌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 속에, 이번 방미가 협상의 향배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이날 김 장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상을 벌인 뒤 19~20일 귀국했으나, 미해결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틀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한두 가지 핵심 현안이 남아 있다”며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이틀 만에 다시 미국에 나간다”고 말했다.
협상의 최고 책임자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 회담이 사실상 최종 관문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통상 협상에서 '왕복 재방미'는 이례적이며, 이는 서면 조율 단계를 넘어 직접 대면을 통한 정치적 결단의 시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결과가 정상회담 의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현재 양국이 대부분의 쟁점을 정리한 상태에서 남은 것은 상호 양보의 폭을 최종 조율하는 수준이라는 분석과, 쉽게 봉합되지 않는 이견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예상이 엇갈린다.
정부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APEC을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발표 시점'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시점에 얽매이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APEC 이전에 합의된 내용만을 공동성명 등으로 문서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협상 결과는 지난 8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비공개 경제 협력 패키지'의 공개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당시 미뤄졌던 합의안까지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연될 경우 정부의 대미 외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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