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생명체 모방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 원리 제시…차세대 소재와 로봇 응용 기대

포스텍은 김연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정태훈 박사, 통합과정 최재원 씨 연구팀이 '스스로 움직이는' 하이드로겔 기술의 원리와 설계, 응용, 향후 연구 방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 논문을 미국화학회(ACS)의 최상위 학술지인 '케미컬 리뷰스(Chemical Reviews)'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하이드로겔(hydrogel)'은 물을 머금은 젤리 같은 물질로 온도나 빛, 화학 반응에 따라 팽창하거나 투명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생명체가 스스로 상태를 조절하는 '자가조절' 개념을 접목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은 외부의 자극 없이 스스로 팽창·수축하고 투명도를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소재다.

자가조절 하이드로겔 기본 원리 모식도(왼쪽) 등 연구관련 이미지
자가조절 하이드로겔 기본 원리 모식도(왼쪽) 등 연구관련 이미지

여기서 핵심은 '음성 피드백 루프(negative feedback loop)'다. 이 구조 덕분에 단순히 '켜고 끄는' 방식으로만 반응하는 기존 하이드로젤 소재와 달리 자가조절 하이드로젤은 살아 있는 조직처럼 반복적 변화를 만드는 '물리적 지능' 구현이 가능하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연속 조절형'은 일정한 자극에서 기계적 루프(겔이 굽혔다 펴지는 반복 운동), 광학적 루프(빛의 차단·통과 반복), 화학적 루프(pH 변화나 특수 화학 반응을 통한 리듬 생성) 등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단주기 조절형'은 한 번 변화한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단발성 반응 특성을 갖는다.

왼쪽부터 김연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정태훈 박사, 통합과정 최재원 씨
왼쪽부터 김연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정태훈 박사, 통합과정 최재원 씨

연구팀은 이러한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의 자율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 구현 능력이 향후 다양한 스마트 소재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스스로 걷는 '자율 보행 겔'은 외부 전원이 없이도 스스로 이동하여 환경 모니터링용 로봇이나 약물 전달 플랫폼에 활용될 수 있으며, '광주성 로봇'은 전기없이 빛에 따라 스스로 이동하며 에너지 효율적 소프트로봇 기술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또 하이드로겔 내부의 주기적 나노구조 변화에 따라 색이 자율적으로 진동, 변조될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해 무전원 색 센서, 위장 소재,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로 응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자가조절 하이드로겔은 생명체의 자율적 반응을 모사하는 미래형 소프트 로보틱스 및 스마트 소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상처를 임시로 봉합하거나 약물을 자동으로 방출하는 '치료용 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정보 저장 장치 등 의료 및 정보 분야에서도 유망한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연수 교수는 “자연계 자가조절 원리를 모사한 하이드로겔은 단순 모방을 넘어 실생활에 필요한 지능형 소재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정태훈 박사는 “차세대 스마트 소재와 소프트 로보틱스 개발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ERC,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