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를 맞아 공물을 봉납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이번 예대제 기간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과 NHK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7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전례를 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후쿠오카 후생노동상과 조나이 경제안보담당상 등 일부 각료도 공물을 봉납했다.
차기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추계 예대제 기간 중 참배를 보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내에서도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재는 각료 시절을 포함해 봄·가을 예대제나 패전일에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NHK는 다카이치 총재의 이번 참배 보류가 총리 취임 후 예상되는 외교적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재임 중 한 차례 정도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내전과 일본의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이 중 약 90%인 213만3000위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으며,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어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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