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첫발 뗐지만…예치금 상환·갱신 '첩첩산중'

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는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골든타워 빌딩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는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골든타워 빌딩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를 완료하며 법적 절차상 첫 관문을 넘었다. 다만 고파이 예치금 상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등 실제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고파이 예치금 상환 등 남은 절차를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현재 최대주주인 바이낸스와 긴밀히 협력해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와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 이후 이어질 갱신 신고 절차를 고파이 문제 해결의 실질적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5일 고팍스 임원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남은 과제는 바이낸스의 고파이 상환이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운영하던 가상자산 예치 상품이다. 2022년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지급불능에 빠지면서 원리금 상환이 중단됐다.

2023년 고팍스 인수 계약 당시 바이낸스는 이준행 창업자 등 기존 주주들로부터 고파이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할인된 가격에 고팍스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미지급금은 500억원대 규모로 파악된다. 바이낸스는 국내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동일 재화·동일 수량으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당초 계획대로 상환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시장 환경이 계약 체결 당시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3년 인수 계약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은 약 3700만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10월 기준 1억7000만 원대를 넘어 약 4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고파이 채무를 어떤 방식으로 상환할지, 코인으로 지급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할지 등을 새롭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갱신 절차 역시 남은 핵심 과제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3년마다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한다. 2021년 10월 업비트를 시작으로 주요 원화거래소들이 차례로 신고를 마쳤지만 갱신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특히 두나무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후속 심사가 멈춘 상태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에 대한 제재 수위가 다른 거래소의 갱신 심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팍스가 원화거래소 운영을 위해 제휴 중인 전북은행 실명계좌 계약도 내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약 여부에 따라 향후 원화 거래 재개 일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FIU 관계자는 “갱신신고 절차 진행 여부는 개별 기업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