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캄보디아 범죄조직서 '비트코인 21조' 압류... “사상 최대”

캄보디아 범죄 조직 배후로 중국 출신의 초국적 사기 업체 '프린스 그룹' 지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영국이 합동 수사를 벌여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삼아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 조직으로부터 우리돈 2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가상화폐(암호화폐)를 압수했다.

최근 취업 사기로 한국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에 감금돼 범죄에 동원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도 유사한 범행을 벌인 조직 범죄 소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등지에서 활동한 불법 스캠(사기)센터의 배후가 중국 출신의 천즈가 이끄는 업체 '프린스 그룹'으로 확인됐다.

미 법무부는 프린스 그룹과 천즈 회장으로부터 비트코인 약 12만7271개(약 150억달러·21조원 규모)를 압류했으며 미 법무부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천 회장 및 이 그룹과 관련해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합동 수사를 벌인 영국 정부도 천즈의 자산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영국 런던에 있는 부동산 19개를 포함된다. 여기에는 1억파운드(약 1900억원)에 달하는 건물도 있었다.

프린스 그룹 스캠 사기에 동원된 휴대전화. 사진=미국 법무부
프린스 그룹 스캠 사기에 동원된 휴대전화. 사진=미국 법무부

천즈가 캄보디아에 세운 프린스 그룹은 웹사이트에 '부동산 개발, 금융 및 소비자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상은 거대한 '사이버 사기 제국'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국적 범죄 조직 중 하나의 배후로, 캄보디아에서만 스캠 시설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8일 제출된 법원 문서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은 수백만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 콜센터로 위장해 사기를 벌이는 '전화 농장'을 설치 및 운영했다.

시설 두 곳에서는 사기 목적으로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7만6000여개와 1250대의 휴대전화가 나왔다.

내부에서 공유하던 문서에서는 로맨스 스캠 메뉴얼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너무 예쁜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지 않아야 더 진짜 계정처럼 보인다'는 등의 팁도 나왔다.

이들은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구하고, 폐쇄한 카지노나 특수 목적 시설로 유인해 고문하며 동남아에 있는 스캠 센터에서 일하며 온라인 사기에 가담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이런 끔찍한 스캠 센터의 배후에 있는 자들은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망치면서 그 돈을 묻어두기 위해 런던의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 그룹', 진베이·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거래소'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한 이 외에 미 재무부는 캄보디아 소재 금융서비스 대기업 후이원 그룹도 미국 금융체계에서 차단하는 조치를 확정했다. 당국은 후이원 그룹이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왔으며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자금을 세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