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무한(Moohan)'이 베일을 벗는다. 인공지능(AI)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XR 생태계 구축 첫 발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판매 확대보다는 플랫폼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15일 자사 온라인몰 삼성닷컴에서 XR 헤드셋 무한 출시 알림 신청을 시작했다. 이달 21일까지 사전 체험 알림을 신청할 수 있다. 정식 출시일은 이달 22일이다. 사전 예약 판매는 별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본지 9월 19일자 6면 참고〉
무한은 삼성전자, 구글, 퀄컴 3사의 합작으로 탄생한 XR 헤드셋이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설계를 맡고, 퀄컴은 반도체 칩셋, 구글은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담당했다. 양안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4032PPI)를 탑재해 총 2900만 화소를 구현, 애플 비전 프로(2300만 화소)보다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칩셋은 퀄컴 스냅드래곤 XR2+ 2세대가 탑재된다.
제품은 눈·손·음성을 활용한 복합 제어 방식을 지원한다. 전면과 하단부 카메라·센서 6개, 내부 적외선 카메라 4개로 정밀 추적이 가능하다. 4개의 마이크를 배치해 음성 인식 정확도도 높였다. 무게는 약 545g, 배터리는 최대 2.5시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최소 1800달러(약 256만원)로 예상된다.
무한은 삼성전자 XR 생태계를 여는 첫 제품이다. 초도 생산량은 약 5만대다. 연간 3000만대 수준의 갤럭시S 시리즈 생산량과 비교하면 0.2%에 불과하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당장 수익을 노리기보다 무한을 통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조성과 콘텐츠 확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비전 프로를 출시한 애플이 iOS의 폐쇄성과 콘텐츠 부족으로 흥행에 실패한 부분을 감안한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노리는 제품은 내년 공개 예정인 스마트 선글라스 형태의 '프로젝트 해안(HAEAN)'이다. 무한을 통해 XR 기술력과 사용자 반응을 검증한 뒤, 해안을 통해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가벼운 형태의 XR 기기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해안은 무한과 달리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는 편의성과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무한은 개방적이고 확장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한 첫 번째 제품”이라며 “삼성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세상을 연결하고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 왔다. 이제 모바일 AI의 리더로서 AI 네이티브 기기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어간다”고 밝혔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