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영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고공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범용 메모리까지 가격이 상승해 호실적이 유력하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0조1419억원과 10조9142억원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5%, SK하이닉스는 55.3% 증가가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설립 이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3분기에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3조8600억원)와 전 분기(4000억원)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이중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은 5조~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호실적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 범용 D램 공급이 줄면서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조가 연말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마다 2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시스템 반도체 사업도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사업부는 4·5·8나노미터(㎚) 가동률 상승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법인 흑자 전환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적자는 지속하지만 그 폭이 크게 줄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적자 규모는 1조원 아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성숙 공정 중심으로 고객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출하량 증가가 호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다. 회사는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HBM 매출은 3분기에도 계획을 초과 달성해 D램 매출의 43%, 전사 영업이익의 48%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매출도 성장이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성능·대용량 낸드 수요가 늘어서다. SK하이닉스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공급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 환율 상승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져, 환율 상승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4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도 이달 말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