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5년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차량용 반도체 품귀 등 잇따른 위기에도 현대차 그룹을 세계 3대 완성차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로보틱스, 미래항공교통(AAM) 등 사업 구조 대전환에 나서며 '모빌리티 프런티어'를 완성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23만1259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완성차그룹 가운데 판매 3위에 올랐다. 취임 2년만인 2022년 684만5000대를 판매, 사상 처음 토요타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톱3' 진입한뒤 3년 연속 대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수익성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9년 3조6055억원에서 지난해 12조6671억원, 기아도 2조97억원에서 지난해 12조6671억원으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13조86억원을 기록, 폭스바겐그룹(약 10조8600억원)을 제치고 반기 기준 처음 글로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레저용차량(RV) 등 고부가 차종이 성장에 기여했다. 현대차·기아가 5년간 해외 판매한 RV 평균 가격은 각 114%(3459만원→7387만원)와 58%(4045만원→6383만원)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담은 '친환경차·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앞세워 선도적 입지 구축했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9 등 전기차는 업계 최고 권위의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됐다. 유럽, 북미, 영국 등 주요 지역 '올해의 차'도 거머쥐었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9년 37만대에서 지난해 141만여대로 4배가량 증가했다. 친환경차 비중은 2019년 5.1%에서 지난해 19.4%로 급등했다. 현대차그룹이 판매한 글로벌 차량 10대 중 2대는 친환경차였던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자국 브랜드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1300여대로 1위를 기록하며 2위 토요타의 판매량 700여대를 2배 가까이 앞섰다.
현대차그룹 성장은 국내 투자 및 고용 창출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2024년 국내 경제기여액은 국내 다른 대기업을 앞지르고 수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 24조3000억원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내년 1만여명 청년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키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넘어 인류 이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SDV, 로보틱스, AAM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4월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이 부과한 25%의 자동차 관세 리스크가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유럽이 15% 수준까지 관세 인하에 성공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올 3분기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미국 생산 비율을 2030년 80%까지 확대하는 등 현지화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주력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