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7번 탄핵한 이 나라…지지율 2% 대통령 결국 낙마

페루 의회. 자료=AFP 연합뉴스
페루 의회. 자료=AFP 연합뉴스

정치적 불안정으로 대통령이 거듭 교체되는 남미 페루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새벽 의회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당했다. 이로써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여 만에 탄핵으로 중도에 하차한 7번째 대통령이 됐다.

페루 의회는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간에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범죄 대응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해임안을 상정했으며, 출석 의원 124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해임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 시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심화된 정치권의 갈등과 국민적 불만을 방증한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탄핵의 결정적 이유로 최근 페루를 강타하고 있는 살인과 강도 등 급증하는 범죄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꼽았다. 특히 탄핵 표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8일, 수도 리마의 한 콘서트장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5명이 다치면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로 알려진 고가 장신구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데다, 취임 직후 시위대 강경 진압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는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사상 최저치인 2%에 불과했다.

의회는 표결 전 볼루아르테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고, 탄핵 결정 후 대통령궁에서 연설을 통해 의회의 해임 결정을 맹비난했다.

볼루아르테의 탄핵안 통과로 새 대통령직은 호세 헤리 국회의장이 이어받았다. 38세의 변호사 출신인 헤리 신임 대통령은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내년 4월 선거의 승자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임을 밝혔다.

한편,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국회 해산을 시도하다 탄핵당하자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받아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으나 1년 10개월여 만에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페루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와 알력 다툼으로 인해 지도자의 교체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극심한 정치 혼란을 겪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