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고관세 쓰나미…EU "철강 50%" 韓 비상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평택=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평택=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축소하고 품목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인다. 미국에 이은 EU의 무역장벽 강화에 한국의 철강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EU 측에 한국의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하는 등 사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EU는 7일(현지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EU TRQ 초안에 따르면 EU의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은 기존 세이프가드에 따라 지난해 설정한 연간 3053만t 대비 47% 줄어든 1830만t 수준으로 줄어든다. 수입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2배가 된다. 조강국 기준이 새로 도입돼 모든 수입 철강재에 조강국 증빙 의무가 부여된다.

신규 TRQ 조치는 EU의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만료 시점인 내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통해 EU의 일반 입법 이행 절차를 거쳐 도입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EU가 국가별 쿼터 물량을 발표하지 않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신규 TRQ 도입안에 철강 쿼터 총량을 기존보다 47%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한국의 대(對) EU 철강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EU 철강 수출(MTI 61 기준)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다. 이는 단일국가 기준 1위 수출시장인 미국(43억5000만 달러)을 넘어선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기존의 무관세 수입 쿼터(한국은 연 263만t)를 폐지하고 품목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등 무역장벽을 크게 높인 상황에서 EU까지 유사 조치를 예고하면서 한국 철강 업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의 철강 수출은 올해 미국의 '관세 폭탄' 영향이 본격화한 5월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한 데 이어 6월 -8.2%, 7월 -3.0%, 8월 -15.4% 등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EU가 무관세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관세율을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그대로 확정·시행한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된다.

산업부는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만큼 EU와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별도 계기를 통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새로 도입 예정인 EU TRQ 조치에 대해 한국 측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할 예정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번 주 중 철강 수출 현장을 찾아 수출 애로를 직접 청취하는 등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선다.

오는 10일에는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 마련 등 EU의 새로운 TRQ 조치에 대한 총력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