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의 과거 강경한 역사 인식 및 외교 발언들이 총리 취임 후에도 지속될 경우 일본 외교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경고했다. 주요 경제지가 특정 정치인의 이념적 성향이 국가 외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이례적으로 공개 지적한 것이다.
닛케이는 이달 중순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카이치 총재가 과거 한국 등 주변국에 강경 발언을 반복하며 논란을 일으킨 인물임을 조명했다. 그녀는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멋대로 대표해서 사과하면 곤란하다”고 비난했으며, 2005년에는 “분별없는 견해를 방치하면 자손을 '범죄 국가의 국민'으로 묶어두게 된다”는 기고문으로 '자학사관' 비판을 가속화했다.
또한 2002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며 “당당히 종전일인 15일에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22년에는 야스쿠니 참배 반발을 겨냥해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며 한국을 비하하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2006년 “정부가 독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현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총재 선거에서도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 각료 파견을 주장하는 등 매파적 입장을 고수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재의 이러한 과거 발언들이 총리 취임 후 재개될 경우 일본 외교에 '급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의 군사력 확장, 북한-러시아 군사 협력 강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등 일본을 둘러싼 외교 환경이 녹록치 않아 외교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신문은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2009년 경제산업성 부대신 시절 방한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그녀가 현실적인 외교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 대일 강경 자세에서 현재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현실 외교의 사례로 들었다.
특히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아킬레스건”에 비유하며 “이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닛케이에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이념적 성향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할 경우, 이는 한미일 안보 공조 전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표출한 것이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외교 노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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