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돼 장기 적출당한 모델…공항서 찍힌 CCTV에서는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10.23 17:01  수정 2025.10.24 00:38

벨라루스 출신 모델이자 가수 베라 크라브초바(26)가 태국에서 모델 제안을 받고 미얀마로 끌려가 장기 적출돼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태국 정부 측은 "이 납치 사건은 태국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살해 당한 벨라루스 출신 모델이자 가수 베라 크라브초바 ⓒ타이거

21일(현지시간) 태국 매체 타이거 등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은 최근 논란이 된 벨라루스 모델의 '태국 납치설'에 대해 "그는 태국에서 어떠한 폭력이나 강압도 당한 흔적 없으며 미얀마로 스스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민국은 베라가 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포착된 감시 카메라(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베라가 지난달 20일 오전 7시20분쯤,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자동 출입국 게이트를 스스로 통과해 미얀마 양곤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민국은 "그녀의 표정과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떠한 위협적인 주변 인물이나 협박으로 보이는 징후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태국 이민국 부청장은 "베라 크라브초바는 9월12일 수완나품 공항으로 입국해 8일간 머무른 뒤 미얀마로 자발적으로 이동했다"며 "태국에서는 어떠한 납치나 인신매매 행위도 없었다. 이번 사건은 미얀마 국경을 넘은 이후 발생한 일로, 법적 관할권 밖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라브초바의 마지막 영상과 생체정보를 태국 주재 벨라루스 영사관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베라는 대학 졸업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프리랜서 모델 겸 가수로 활동한 인물이다. 지난 9월 일을 하기 위해 태국에 방문했다. 모델 제안을 받고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베라가 미얀마로 넘어간 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 다수 언론들은 "베라가 미얀마의 온라인 사기 조직에 납치돼 강제로 불법 웹캠 방송과 유인 사기에 이용됐으며 잔혹한 폭행과 고문에 시달리다가 장기가 적출돼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또 "범인들이 시신을 넘겨주는 대가로 유족에게 1800만 바트(한화 약 6억7000만원)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조직은 "이미 시신을 태웠다"는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베라가 끌려간 곳은 이른바 '캠프'라고 불리는 미얀마 북부 지역의 무법지대다. 중국계 범죄조직과 현지 군인들이 결탁해 운영하는 거대 불법 사이버범죄 운영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동남아 일대에서 국제적으로 조직된 인신매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상당수의 동남아권 국가에서 모델 모집·고가의 수입 등을 미끼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피싱, 스캠(사기) 범죄 조직에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태국 경찰은 이러한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공항과 국경 지역의 입출국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국은 "올해에만 범죄 연루에 의심되는 외국인 약 3만4000명의 입국을 거부했다"면서 "인신매매·사기 조직의 이동을 집중 단속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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