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환경을 스스로 감지해 움직이는 ‘DNA 꽃 로봇’이 개발됐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UNC)은 산성도(pH) 변화에 따라 꽃잎처럼 열리고 닫히는 미세한 DNA 구조체를 만들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20일(현지시각)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DNA 꽃’은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무기물질을 결합해 만든 결정체다. 산성도가 높아지면 분자가 단단히 접히면서 꽃잎이 닫히고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펴진다. 이러한 형태 변화는 불과 몇 초 안에 일어나며 작은 분자들의 변화가 꽃 전체의 형태를 바꾸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DNA 가닥이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배열되느냐에 따라 꽃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DNA가 특정 위치에 모이면 꽃이 수축하거나 휘어진다. 다른 곳에 있으면 반대로 펼쳐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우리 몸속에서 스스로 반응하는 ‘소프트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로닛 프리먼 UNC 교수는 “질병을 감지하면 약물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회복되면 작동을 멈추는 ‘스마트 약물 캡슐’을 만들 수 있다”며 “삼키거나 체내에 넣어 병든 부위만 치료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DNA 꽃의 활용 가능성은 의료 분야를 넘어선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오염된 물을 정화하거나 내부의 젤 구조에 정보를 저장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물속 오염 물질을 분해한 뒤 스스로 사라지는 친환경 정화제로 쓰거나 초소형 공간에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저장 매체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