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비정규직·대학원생 등 취약 계층에서 피해가 집중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카이스트 유니온 지부는 KAIST 구성원 1만155명 중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KAIST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4일까지 KAIST 구성원 1만155명 중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6%p다.
전체 응답자의 27.4%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고용 형태별로는 위촉계약직이 50.0%로 가장 높았고 무기계약직 38.4%, 일반직 19.7%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의 31.3%가 괴롭힘을 겪어 남성(21.8%)보다 9.5%p 높았다. 피해자의 62.8%는 언어·업무·관계 등 복합적인 형태로 괴롭힘을 경험했다.
하지만 피해자 4명 중 3명(75.9%)은 “참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조직 내에 신뢰할 만한 도움 요청 시스템이 있다”는 응답은 남성 33%, 여성 14.1%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72.8%가 시간외근무를 한다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57.2%는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약직의 76.6%는 ‘연구과제 직접비로 지급이 어려움’을 미지급 이유로 꼽았다. 승인권자의 회피(47%)와 시스템 문제(33%)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수당 계산법을 제대로 모르는 직원도 59.1%에 달했다.
대학원생의 평균 월급여는 158만 원으로 절반 이상(56%)이 “생활이 어렵다”고 답했다. 남성 평균 급여는 168만 원, 여성은 141만 원으로 성별 임금 격차는 약 30만 원에 달했다. 응답자의 65%는 “급여 수준이 낮다”고 43%는 “교수 재량권 남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침해 관련 자유응답에서는 63%가 “교수 권한 남용”, 37%가 “폭언·모욕·휴가 박탈 등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서성원 카이스트 유니온 지부장은 “여성, 비정규직, 대학원생 등 취약한 위치의 구성원들이 이중·삼중의 차별에 노출돼 있다”며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강력한 의지와 일관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KAIST 내부 문제를 실증적으로 드러낸 첫 종합 조사로 향후 정책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