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의 절반은 여전히 시범사업 근로시간 상한을 초과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10명 중 8명은 근무로 인한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은 9월 11~26일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013명(전체 전공의의 9.83%)을 대상으로 ‘제1차 전공의 근로실태조사’를 진행하고 12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1%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주 72시간은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 중인 근무시간이다. 주당 72시간 내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응급상황처럼 불가피한 경우 최대 8시간 추가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응답자의 27.8%는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 4명 중 1명은 전공의법이 정한 근로시간 상한인 주 80시간을 넘어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노조는 “정부의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과로가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77.2%는 근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노조는 “일반 근로자가 업무로 건강이 악화된 경험을 한 비율인 30.3%의 2.5배 이상에 달한다”며 “75.5%는 법정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91.8%는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으며 75%는 병가 사용조차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2명 중 1명은 고된 업무가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됐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50.7%는 격무가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93.8%는 격무가 본인의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전공의 과로와 환자 안전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 과로의 핵심 원인으로는 과도한 환자 수와 인력 공백이 꼽혔다. 응답자의 60.5%는 연속근무 후 휴식(오프) 시 동료 전공의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정 갈등 후 교수나 진료지원(PA) 인력이 업무를 분담하는 경우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 동료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제로섬 상황”이라며 “전공의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으면 근무시간 단축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정 인력 기준, 환자 수 제한, 입원전문의·진료지원(PA) 인력 등 대체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효성 있는 임상 현장 감독과 제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공의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근로시간·휴게시간·휴가 등 기본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병원이 다수 존재한다는 이유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근로시간 관리체계는 병원 자율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근무환경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공의노조는 병원이 제출한 문서 점검을 넘어 근로감독관의 불시 점검, 수련병원 실태조사, 신고자 보호제도 등을 포함한 상시적 현장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 위반 병원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수련병원 인증평가 반영, 국고 지원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전공의법 특례조항에 따르면 주 80시간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고 24시간 밤을 새고 다시 12시간 동안 수술실에 들어가고 환자 진료를 볼 수 있다”며 “장시간 근로는 전공의 노동안전과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전공의법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