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소감을 밝히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난민 출신으로 15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지식의 확산은 종종 지역을 넘나드는 사람에게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반이민 정책'에 정면으로 대비되는 발언이다.
8일(현지시간) 야기 교수는 수상 발표 후 진행된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평등의 힘"이라며 "똑똑한 사람, 재능 있는 사람, 기술 있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가는 다양한 각국 연구자들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일본인이든, 호주인이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미국인이든 화학식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과학은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인 야기 교수는 식수와 전기가 충분치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기르던 소와 방을 같이 쓸 정도였고 부모님은 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어 시간만 쓸 수 있는 물을 얻으려고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고 회상했다.
야기 교수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작지만 표면적이 매우 큰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거나 물을 수집할 수 있는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MOF로 매우 건조한 사막에서도 대기 중 수분을 식수로 만드는 장치를 개발해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시켰다. 어린 시절 식수 부족으로 고생한 과학자가 결국 식수 문제 해결을 주도하며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야기 교수는 "난민이었던 부모님이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시간을 바치셨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정이 북받친다"며 "미국의 과학은 왕관의 보석 같은 존재"라며 "우리는 절대 이것을 잃어버리게 둬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놓고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수상자도 있다. 미래 전략기술인 양자컴퓨터의 근본 원리를 제시해 물리학상을 받은 클라크 UC버클리 교수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의 과학연구 예산 삭감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반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 10년은 더 걸릴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클라크 교수는 "우리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시엔 전혀 몰랐다"며 미래에 중요한 응용 분야로 연결될 기초과학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정부 차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