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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2025] 상용화 앞둔 '기후위기' 해결사 개발 과학자 3명 화학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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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2025] 상용화 앞둔 '기후위기' 해결사 개발 과학자 3명 화학상(종합)

2025.10.08 20:17
금속유기골격체(MOF) 개발 기여한 일본·영국·요르단 출신 과학자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왼쪽부터). 위키미디어, 멜버른대 제공.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왼쪽부터). 위키미디어, 멜버른대 제공

올해 노벨 화학상은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인 '금속유기 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를 개발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MOF는 철,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해 형성된 다공성 물질을 말한다. 유기 리간드는 금속 이온과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는 유기 분자를 말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요르단 출생 오마르 야기(60)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일본 출생 기타가와 스스무(74)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영국 출생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원자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시켜, 인류가 원하는 성질의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 "MOF 1g에 '축구장' 하나 들어가"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결합시켜 형성한 다공성 결정 구조를 갖는다. 금속 이온은 긴 유기(탄소 기반) 분자에 의해 연결되어 ‘주춧돌’처럼 작용한다. 그 결합으로 이루어진 구조에는 규칙적으로 배열된 거대한 공동(pore)이 생긴다. 덕분에 MOF는 스펀지처럼 속이 빈 구조를 가지면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다공성은 구멍 때문에 물질의 표면적이 넓어 다른 분자들과 더 많이 반응할 수 있다. 표면적이 커 반응성이 높아야 하는 촉매를 만들기 유리하고 내부에 이온과 분자를 담을 수 있어 여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받는 신소재다. MOF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인류가 금속-유기물의 삼차원 구조와 특성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합성한 최초의 다공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이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노벨상 수상 설명회에서 주상훈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작은 구멍을 가진 다공성 물질이다"며 "1g에 표면적이 1000~2000㎡이 들어가는 셈이라 1g 안에 축구장 하나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MOF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이산화탄소 포집에 활용될 수 있어서다. 넓은 내부 표면적은 다른 분자들과 더 많이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MOF를 활용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포집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수상자들의 획기적인 발견 이후 화학자들은 수만 개의 다양한 MOF를 개발했다. 가스 저장, 수소 연료 저장처럼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주 교수는 "수소 가스, 메탄 가스 등을 MOF에 저장할 수 있고 최근에는 물을 흡착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물 부족 국가인 아프리카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응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MOF는 대규모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김자헌 숭실대 교수는 “최근 캐나다에서 MOF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갔다”며 “이 사례가 MOF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정적 증거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한 사례는 2022년에는 조지 시미즈 캐나다 캘거리대 화학과 교수팀이 MOF의 일종인 'CALF-20' 상용화에 성공한 것을 말한다. 

 

MOF는 특수가스 정제나 약물 저장·전달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에서 PFAS(과불화화합물)를 분리하고 환경 속 미량의 의약품을 분해하고 사막 공기에서 물을 얻는 등 다양한 분야에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사린가스 같은 신경가스 제거에 MOF를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MOF 상용화를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는 "LG 공기청정기에 최근 MOF가 적용돼 유해 화합물과 냄새 제거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MOF 연구와 응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MOF는 실험실에서 소규모로는 쉽게 합성할 수 있지만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는 장애물이 있다. MOF 제작에는 용매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용매는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 한국인 연구자 2명, 야기 교수 연구실과 인연 

 

MOF 연구는 1989년 롭슨 교수의 실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양전하를 띤 구리 이온에 네 개의 팔을 가진 유기 분자를 결합시켰다. 개발한 분자의 각 팔 끝에 구리 이온에 결합할 수 있는 작용기가 달려 있다. 이런 조합으로 구멍이 무수히 뚫린 다이아몬드 같은 결정을 만들었다. 롭슨 교수는 개발한 구조의 잠재력을 즉시 알아차렸지만 당시의 MOF는 불안정해 쉽게 붕괴되는 단점이 있다.

 

이후 1990년대 초~2000년대 초 기타가와 교수와 오마르 야기 교수가 각각의 연구를 통해
롭슨 교수가 만든 구조를 실용적이고 견고한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키타가와 교수는 1992년, MOF의 틈을 따라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MOF가 ‘닫힌 결정’이 아니라 유연하고 반응성이 높은 구조임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야기 교수는 1995년 이후 분자의 결합 각도와 결정을 합리적으로 설계(logical design)하는 방법을 제시해 MOF를 안정적이고 변형 가능한 구조체 'MOF-74'를 만들었다. 야기 교수는 처음으로 MOF의 개념을 정립하고 설계 원리를 체계화한 인물인 셈이다. 

 

유기 리간드는 금속 이온에 전자쌍 전체를 제공하는 '배위결합'을 통해 화학 결합을 이룬다. 배위결합의 강도와 금속-유기 리간드의 결합 수에 따라 만들고자 하는 다공성 물질의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야기 교수는 안정적인 MOF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MOF는 1995년 야기 교수 연구를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다. MOF-74는 이산화탄소를 1톤당 8.9kg 흡착할 수 있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에탄올 등의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단순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야기 교수는 국내 연구자 2명과 인연이 깊다. 김자헌 교수가 야기 교수의 제자, 최경민 교수는  야기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최경민 교수는 "야기 교수는 연구에 있어 철저하고 양보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연구자다"고 평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은 메달, 증서와 함께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상금은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산을 투자한 금액으로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과총이 연 노벨상 수상 설명회에는 주상훈 교수를 비롯해 최태수 고려대 교수, 이상학 부산대 교수, 백현종 부산대 교수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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