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항성) 주변을 공전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유랑 행성(rogue planet)'의 폭식 현장이 목격됐다. 지구에서 620광년(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간 이동한 거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외계행성은 질량이 목성의 5~10배에 달하며 올해 8월 기준 초당 60억톤씩 불어나고 있다. 역대 관측된 행성 중 최고의 성장률을 보여준다.
빅토르 알멘드로스-아바드 이탈리아 국립천문물리연구소(INAF) 팔레르모천문대 연구원팀은 질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유랑 행성을 관측하고 연구결과를 2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공개했다.
유랑 행성은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행성처럼 별의 중력에 매이지 않은 행성이다.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젊은 유랑 행성 'Cha 1107-7626'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흡수하는 모습을 관측했다. 지구에서 카멜레온자리 방향으로 620광년 떨어진 Cha 1107-7626의 질량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5~10배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VLT에 있는 엑스-슈터(X-shooter) 분광기로 2025년 중반부터 유랑 행성에서 밝기 증가를 포착했다. 행성으로 유입되는 물질은 행성 표면에 도달하면 가열돼 밝은 빛을 낸다. 시간당 행성에 유입되는 물질의 양이 일정하지 않고 증가했다는 증거다.
행성의 질량 축적 속도를 계산한 결과 2025년 8월 기준으로 초당 약 60억t(톤)에 달했다. 행성급 질량을 가진 천체 중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공동 저자인 알렉산더 숄츠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원은 "젊은 별에서도 유사하게 급격한 물질 흡수가 관측된 바 있다"며 "일부 유랑 행성은 별과 비슷한 형성 과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강력한 자기장이 행성이 물질을 빨아들이는 주요 원동력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별에서만 관측된 현상이다. 별과 비교하면 질량이 훨씬 작은 천체인 행성도 자기장으로 물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저자인 벨린다 데미안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유랑 행성의 초기 형성 시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며 "별과 행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관측 결과"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3847/2041-8213/ae09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