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암 치료 병원 3곳이 세계 톱10에 들어 화제를 모았다. 한국 암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이유는 국가검진, 진단 및 치료 기술 발전, 의료인의 숙련도, 활성화된 임상시험 등이 꼽힌다.
지난 10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임상 분야별 최고 병원 순위를 공개했다. 암 분야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3곳이 각각 3위, 4위, 8위로 10위 안에 들었다. 톱10 중 4곳은 미국 병원으로 한국과 미국이 암 분야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의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암학회가 발행한 ‘암연구 동향 보고서 2023’에 따르면 국내 암 사망률은 20년간 35% 감소했다. 미국이 1991년부터 30년간 33% 감소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이 뛰어난 암 치료 성적을 내는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암 검진사업이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9년부터 시행 중인 국가암검진사업 대상 암종은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종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위암 기준 68.9%로 미국 33.1%, 영국 20.7%, 일본 60.3%보다 훨씬 높다. 6개 암종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인 췌장암은 한국이 10.5%로 미국 11.5%, 영국 6.8%, 일본 8.3%와 비교했을 때 양호한 생존율을 보인다.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한 높은 검진 수검률이 암의 조기 발견으로 이어지고 우수한 암 치료 성적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암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의료진 숙련도도 더불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암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로 2023년 통계청 자료 기준 전체 사망 원인의 24.2%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신규 암 환자 수는 28만2047명, 암 유병자는 258만8079명이다. 국민 20명 중 1명은 암 환자라는 의미로 국내 의료진들은 다양한 암 사례들에 대응하며 경험치를 쌓아왔다.
진단 및 치료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진단에서는 혈액 등 체액을 이용한 액체생검, 내시경 검사, 영상진단 검사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나노기술, 유전자가위,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진단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암 치료는 전통적인 외과적 절제수술이나 항암요법 등에서 중입자 치료, 표적 치료, 면역 치료 등 개인 맞춤형 치료 영역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등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성적을 높이는 수술들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암 분야를 선도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의 암 분야가 세계 10위권 내에 들 정도로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시행 중인 분야다. 신약 임상시험을 시행하면 환자가 새로운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국내 암 분야의 한계도 존재한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남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종이지만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남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 중 하나인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국가 검진사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한된 검진 항목 외에도 과잉 진단 및 치료, 지역별 의료기관 접근성 편차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