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신장의 구조와 기능에 한층 가까운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가 구현됐다.
리 중웨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지름 1밀리미터(㎜) 크기의 신장 오가노이드가 신장의 세밀한 내부 구조 일부를 재현하고 쥐에 이식했을 때 혈액 순환계와 연결돼 희석된 소변을 생성하는 기능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신장 이식용 대체 장기 개발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줄기세포'에 17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신장은 뇌 다음으로 복잡한 장기다. 수많은 미세한 세뇨관이 혈액을 거르고 필요한 물질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을 수행한다. 기존에도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에서 발달이 멈춰 실제 신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연구에선 줄기세포 배양액의 화학적 조성을 바꿔 이전보다 더 정교한 세뇨관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먼저 줄기세포가 받아들이는 화학 신호의 조합을 달리하며 다양한 분화 양상을 살폈다.
특정 조합에서 세뇨관이 가지를 치며 연결되는 발달 단계가 한층 더 진행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조건에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생쥐 신생아 신장과 유사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보였다. 기존 신장 오가노이드의 기능이 초기 단계에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제작된 오가노이드는 세뇨관 구조가 더욱 촘촘해졌을 뿐 아니라 실제 신장처럼 일부 호르몬을 분비하는 특징도 나타났다. 쥐에 이식했을 때 혈관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혈액을 걸러내는 기능을 수행했다. 정상보다 묽지만 소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쥐의 혈관계에 연결돼 혈액을 거르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또 유전적 결함을 지닌 줄기세포로 신장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다낭성 신장병을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 쥐에 이식된 오가노이드에선 실제 환자와 유사하게 여러 개의 낭종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오가노이드는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는 양상도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신장 오가노이드 가운데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혈액을 들이고 내보내는 혈관계와 방광으로 소변을 전달하는 요관 같은 배관 구조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은 남은 과제로 꼽힌다. 연구팀은 향후 5년 내 동물 이식 실험이 가능한 완전한 신장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zej4zf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