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5~19세 아동청소년 중 비만인 아동청소년의 비율이 저체중인 아동청소년의 비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같은 데이터가 공개되자 자연스럽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의 아동청소년 대상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한 연구에 관심이 모인다.
파레타 코테아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 연구팀이 비만 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가 소아·청소년의 체중과 혈당, 심혈관 지표까지 개선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비만 또는 2형 당뇨병을 앓은 6~17세 소아·청소년의 혈당과 체중, 심장 대사 건강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게 요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에 15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총 18건의 무작위 임상시험 데이터가 분석됐다. 6~17세 비만 또는 당뇨를 가진 1402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그룹은 위약 복용 그룹에 비해 혈당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가 평균 0.44%포인트(P) 낮아졌다. 공복 혈당은 1데시리터(dl) 당 약 10밀리그램(mg) 감소했다.
체중은 평균 3킬로그램(kg) 줄었으며 체질량지수(BMI)와 혈압 등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청소년 비만과 당뇨병 관리에서 GLP-1 계열 치료제가 확실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위장관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 대비 높았다. 약물 중단율이나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정신적 부작용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장기 복용에서 위장관 증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제 안전성 검증은 최근 아동청소년 비만 문제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유니세프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5∼19세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이 처음으로 저체중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00년 13%였던 저체중률은 올해 9.2%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비만율은 3%에서 9.4%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전 세계적으로 1억8800만 명, 10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미다.
앞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국내에서 청소년 처방을 허용받았지만 구토·복통 같은 부작용 우려 때문에 실제 사용은 활발하지 않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과 심혈관 지표까지 개선 효과가 확인돼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같은 계열 약물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위장관 부작용 문제가 여전히 큰 과제라고 본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장기간 복용 시 소화기 증상이 학업·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청소년 비만 치료는 안전한 복용 지침 마련과 함께 식습관 개선, 정크푸드 광고 규제,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 같은 사회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적용 대상 확장에 나서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한국 법인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 적응증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상태다. '마운자로'를 만든 일라이 릴리도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청소년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01/jamapediatrics.2025.3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