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포막 단백질이 짝을 이루는 과정이 ‘지퍼 잠그기’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단백질이 한 번에 결합한다는 기존 가설이 뒤집히면서 신약 개발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민두영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포막 단백질이 서로 결합하는 과정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추적해 그 과정에 여러 구조적 중간 단계가 존재함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달 9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막단백질 상호작용 단분자 집게(single-molecule tweezers)’라는 새로운 분석법을 개발해 두 단백질을 잡아당기며 결합과 해리 과정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단백질이 특정 부위부터 맞물리며 순차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추가 실험에서 단백질 사이에 짧은 펩타이드 조각을 삽입해 결합을 방해한 결과 결합이 중간 단계에서 멈추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민 교수는 “막단백질이 순차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은 단백질 상호작용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발견”이라며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처럼 막단백질 결합을 억제하는 원리를 활용한 맞춤형 신약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분자 집게 분석법은 다양한 막단백질 결합 과정을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향후 의약학 연구와 신약 표적 발굴에도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24433/CO.9572266.v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