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는 리튬이차전지의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국내 기업으로 이전돼 양산을 앞두고 있다. 수천 톤급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규모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국가 에너지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국내 전기전자 소재·부품 기업 JNC머트리얼즈로 기술이전한 리튬이온전지용 음극재 양산화가 원활히 추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실리콘은 기존 음극재인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다.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3배까지 팽창하고 전기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해결과제다.
전기연 연구팀은 2차원 탄소나노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했다. 그래핀은 전도성이 높고 전기화학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래핀은 기계적 강도가 우수한 그물망 구조의 코팅층을 형성해 실리콘의 부피 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크게 완화시킨다.
연구팀은 특화된 산화·환원법을 통해 전도성이 높은 고품질 그래핀을 다양한 점도로 구현했다. 리튬이온전지 음극 제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수계 분산 기술'이다. 실리콘을 그래핀이 껍데기처럼 감싸 보호하는 '코어-쉘(Core-Shell)' 구조의 복합 음극재를 대량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기술을 통해 기존 리튬이차전지 음극에 들어간 실리콘 첨가량 5% 미만에서 20%까지 4배 이상 증가시킨 고용량·고품질 음극을 안정적으로 제조했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는 성능이다. 연구팀은 파우치형 셀을 제작해 전기화학 특성 평가 및 국내·외 원천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2021년 기술료 11억원으로 기술이전받은 JNC머트리얼즈는 충북 제천시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입주해 생산 환경을 구축했다. 전기연 원천기술의 규모를 키워 지난해 국내 최초로 대규모 그래핀 양산 설비를 구축했다.
해당 설비에서 생산된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음극재를 생산하면 약 6만대 규모의 전기차용 전지 또는 스마트폰용 전지 수억 개에 적용 가능하다.
전기연은 "고용량·고성능 리튬이온전지가 필요한 ESS,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 등에 활용돼 국가 에너지·AI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열 전기연 나노융합연구센터장은 "이전된 기술은 이차전지 고용량화 및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고기능 나노소재 기반의 상용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전 후에도 복합 음극재의 양산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연구진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기업체와 협업했다"며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잘 이어진 사례로 출연연 기술 사업화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근 JNC머트리얼즈 대표는 "전기연의 혁신적인 원천기술과 긴밀한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그래핀 양산화라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