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속에서 기침·발진 등의 증상을 보이며 감염 위협을 유발하는 3차원(3D) 아바타가 가까이 있으면 실제 상황이 아닌데도 몸의 면역체계가 반응해 '경계 상태'에 돌입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카밀라 잔두스 스위스 제네바대 병리학 및 면역학부 교수팀은 실제 병원체 접촉이 없는 가상현실에서 잠재적인 감염원이 접근하면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공개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는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병원체가 접촉해 감염이 진행되기 전에 뇌와 면역체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리 몸이 감염에 대비하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고 잠재적인 감염 위험만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건강한 젊은 성인 실험 참가자 248명은 가상현실에서 3D 인간 얼굴 아바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얼굴은 총 세 종류로 무표정한 얼굴, 두려운 표정의 얼굴, 발진이나 기침 등 질병 감염 증상을 보이는 얼굴이다. 얼굴은 다양한 거리에서 나타나며 참가자 얼굴의 촉각 자극도 병행됐다.
뇌전도(EEG)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참가자들은 감염된 얼굴이 가까이 나타날 때 감각 정보 통합이나 공간 인식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됐다. 무표정한 얼굴이나 두려운 표정의 얼굴을 볼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참가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샘플 분석 결과 감염된 얼굴을 경험한 경우 면역체계의 핵심 세포인 선천성 림프구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감염이 일어났을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가 잠재적 감염에 대비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생리적 반응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병원체와 접촉하기 전부터 신경계를 통해 면역체계가 미리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감염 위협에 대한 신경계와 면역계 반응이 통합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감염 위험 인자가 가까운 공간을 침범하는 것만으로 반응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93-025-02008-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