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혈액을 동물 체내에서 재생할 수 있는 고도 면역결핍 미니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인공혈액과 바이오장기 개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유전체 교정과 체세포핵치환 기술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거의 없는 미니돼지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미니돼지는 체격과 장기 크기, 혈액량,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유사하다. 미니돼지의 장기나 혈액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위해선 면역세포가 제거된 상태여야 한다. T세포, B세포, NK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없는 상태여야 사람에게 외부 세포를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을 활용해 면역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는 티로신 키나아제 유전자 'JAK3'를 결손시킨 미니돼지를 개발했다. 그 결과 기존 중증복합면역결핍(SCID) 미니돼지와 비교했을 때 림프구 결핍, 감소 대식세포 기능 저하, 흉선 결손, 장 면역 손상 등 훨씬 광범위하고 고도화된 면역결핍 특징이 확인됐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SCID 미니돼지 모델 개발이 진행돼 왔지만 림프구만 결핍된 단순 모델에 그쳐 보다 정교한 면역결핍 모델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중대형 동물에서 사람의 혈액을 생체 내에서 재생시킬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며 "인공혈액뿐 아니라 인공심장, 인공췌장 등 차세대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희귀난치질환 연구를 위한 전임상 모델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리서치'에 지난달 23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jare.2025.04.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