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치료제보다 최대 100배 효과를 내는 희귀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제가 발굴됐다. 소아 뇌전증은 소아·청소년에게 반복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강훈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교수 연구팀, 나도균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과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서 얻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물학·의학 분야 컴퓨터’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소아 뇌전증 환자의 30~40%는 기존 항경련제에 반응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다. 특히 ‘SCN2A' 같은 희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연구팀은 소아 뇌전증 환자의 혈액세포에서 iPSC를 만들어 실제 환자와 동일한 질병 환경을 가진 정밀 질환 모델을 제작했다. iPSC는 성인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초기 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다.
질환 모델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해 SCN2A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발작 증상이 사라졌다. SCN2A 돌연변이가 발작의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AI 기반 고속 화합물 스크리닝과 검증도 수행했다. 고속 화합물 스크리닝은 생물학적 효과를 내는 화합물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이다. 160만 개의 화합물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혈뇌장벽 투과성, 독성 여부, 유전자 결합력 등을 기준으로 최적의 소아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5종이 선별됐다. 이 중 2종은 기존 치료제 ‘페니토인’보다 약 100배 높은 효과를 보였다.
강 교수는 “뇌전증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약물 탐색 기술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며 “SCN2A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를 위한 개인 맞춤형 정밀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희귀질환 분야에서 정밀의료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가 향후 다양한 유전질환 환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