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단백질 설계 연구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팀이 자연에 존재하는 효소를 활용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효소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베이커 교수팀은 AI를 활용해 자연계에 없던 가수분해효소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AI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설계하는 기술은 보통 자연에 존재하는 기존 효소의 구조를 조정해 반응속도를 높이거나 기능을 바꾸는 방식으로 쓰인다. 이런 접근법은 복잡한 다단계 화학 반응에 맞춤형으로 작동하는 고효율 효소를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중고로 옷을 사면 몸에 완벽하게 맞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방 분자 내에 많은 결합인 '에스테르 결합'을 끊는 과정인 세린 가수분해(serine hydrolysis)를 수행하는 인공 효소를 고안했다. 천연 세린 가수분해효소는 4단계로 이뤄진 가수분해를 수행하며 소화, 지방 대사, 혈액 응고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이전에 개발한 단백질 설계 AI 도구인 알에프디퓨전(RFdiffusion)을 활용해 4단계 가수분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효소를 설계했다. 각 반응 단계마다 작동하는 효소의 활성 부위 4개가 모두 포함되도록 구체화했다. AI 도구는 효소의 활성 부위들이 알맞게 설계·배열됐는지 평가한다.
새로 설계된 효소는 세린 가수분해의 4단계를 모두 완료하는 데 성공했다. 선행 연구에서 비슷한 목적으로 설계된 효소보다 반응속도가 6만 배 빨랐다. 연구팀은 "만들 수 없었던 복잡한 효소를 밑바닥부터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원리를 증명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아직 천연 세린 가수분해효소만큼 빠르고 효율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향후 효소 구조를 더 세밀하게 조정하면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해 실제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설계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노엘리아 페루즈 스페인 유전체조절센터 연구원은 "AI 도구가 언젠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화학반응을 일으킬 효소 설계에 사용될 수 있다"며 "무엇이든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는 오직 상상력"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u2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