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신체에서 열심히 작동하고 있는 세포의 모습을 실었다. 세포 위에는 '설계된 T세포(PROGRAMMED T CELLS)'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가 이끄는 연구팀이 뇌에 치료제를 전달하도록 설계한 T세포를 소개하는 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면역조절 기능을 가진 T세포는 자가항원, 음식물 등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해 우리 몸의 면역 관용을 유지하는 이로운 역할을 한다. 면역 관용은 면역계가 신체를 공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T세포를 변형해 뇌 치료제를 담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면역 세포는 다양한 조직에 침투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를 이용하면 신체 조직에 가로막히는 경우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T세포는 혈액암 등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다. CAR-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유전자를 합성한 세포다. 특정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도 T세포에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일으키는 뇌 세포를 인지할 수 있는 단백질을 합성했다. 뇌의 독특한 세포 기질 구성 요소인 브레비칸(BCAN)을 이용해 특정 뇌 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설계한 T세포를 중추신경계 질환을 유발한 실험쥐에 투여했다. T세포는 뇌에서 '자가면역 질환'과 '장기 거부 반응'을 일으켜 중추신경계 질환을 일으키는 과활성 T세포를 겨냥해 작동했다. 다른 세포를 겨냥하면 심각한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국내 T세포 전문가인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보통 치료제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Barrier, BBB)'때문에 뇌에 침투하기 어렵다"면서 "연구팀이 설계한 T세포는 BBB를 통과해 CAR-T세포처럼 작동하는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BBB는 혈액 속 물질 중에 선택된 일부 물질만 뇌 속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중추신경계통 미세혈관의 구조 특성이다. 혈관과 조직이 매우 촘촘하게 그물을 형성해 해로운 물질이 뇌로 도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참고자료>
-DOI: 10.1126/science.adl4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