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형상기억 폴리머와 나노물질을 이용해 사람 손의 구조와 감각기능을 흉내 낸 초소형 소프트 로봇(그리퍼)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아주대 기계공학과 자연모사연구실 소속인 한승용 교수와 강대식 교수, 고제성 교수 연구팀이 다섯 손가락 형상의 초소형 소프트 그리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돼지 혈관이나 달팽이 알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부드러운 물체를 잡을 수 있고 심장박동, 맥박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리퍼는 물체를 잡기 위해 만든 로봇이다. 기존 그리퍼는 주로 금속처럼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져 부드러운 물체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물체가 보내는 신호를 받는 센서를 붙이면 로봇의 부피가 커져 작은 물체를 잡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부드러운 소재를 쓴 기존 소프트 그리퍼는 물체에 흠집은 내지 않았지만 강하게 고정하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들을 극복한 새로운 소프트 그리퍼를 개발하기 위해 단단함(경도)과 부드러움(연성)을 조절할 수 있는 소재인 형상기억 폴리머를 주요 소재로 선택했다. 형상기억 폴리머는 폴리우레탄 계열의 폴리머로, 모양을 바꿔도 특정 온도 이상에서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소재다. 이 소재를 이용해 로봇이 실제 피부처럼 경도와 연성을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은나노선과 레이저 공정으로 센서 크기를 줄여 로봇 전체 크기를 길이 5mm 이하로 줄였다. 로봇이 잡고 있는 물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센서로 측정하거나 은나노선을 통해 물체에 열 자극도 줄 수 있다. 물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외부 자극도 줄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 로봇을 이용해 지름이 3mm도 안되는 작고 부드러운 달팽이 알을 터뜨리지 않고 잡아서, 열을 가해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부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기계적 움직임을 측정하고, 부화 직후 달팽이의 미세 심장 박동수까지 정확히 측정했다.
이 로봇은 자기보다 1200배 무거운 추를 오래 드는 데도 탁월했다. 자기보다 최대 6400배 무거운 물체를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또한 이 로봇으로 돼지 혈관을 상처 없이 잡아 맥박을 측정하기도 했다. 로봇으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유기체를 상처 없이 잡아 미세 생체 신호를 측정한 최초의 사례다.
한승용 교수는 "기존 그리퍼는 물체의 반응만을 측정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측정과 동시에 자극도 줄 수 있다"며 "향후 의료 분야에서 진단과 치료 동안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게 약물 전달과 무선동작 등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람의 세포를 기계적으로 상처 없이 잡아 원하는 위치에 고정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