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가 국내 우주 스타트업, 우주 연구기관이 지금껏 국내에 공개하지 않았던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는 무대가 됐다. 지금까지 항공, 방산 기술 중심이었던 ADEX가 시야를 넓혀 본격적으로 우주 산업을 주요 국가 전략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2일 찾은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ADEX 2025의 '신기술관'은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이 발사체, 위성 시제품, 각종 탑재체 등을 들고 나와 고객들에게 기술에 대해 설명하느라 한창이었다.
올해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주최로 20~24일 열리는 ADEX는 1996년 행사 출범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신기술관을 마련했다. 이번 ADEX의 중점 목표는 우주 경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첨단 항공 모빌리티(AAM) 산업 진흥이다. 신기술관에는 10여 개 국내 우주 스타트업과 기관이 부스를 마련했다.
우주 인공지능(AI) 종합 솔루션 스타트업 '텔레픽스' 전시 부스에는 '초소형 위성용 차세대 고해상도 광시야 광학 탑재체(TMA)인 '슈에뜨(Chouette)'가 공개됐다. 인공위성의 관측 폭은 일반적으로 10km 내외지만 슈에뜨는 기존 위성의 2배 이상에 달하는 24km 폭을 한번에 촬영할 수 있다.
텔레픽스 관계자는 "슈에뜨는 세 개의 비구면 거울을 이용한 광시야 카메라다"며 "슈에뜨가 국내 대중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 ADEX 전시가 처음으로 내년 개발 완료 예정이다"고 말했다. 슈에뜨는 최근 호주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 공개된 바 있다.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는 길이 7.5m에 달하는 자체 개발 준궤도 시험발사체 '블루 웨일(BW) 0.4'의 실물을 들고 나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페리지의 사업 모델인 메탄엔진 연소기와 큐브위성용 추력기도 전시했다.
심수연 페리지 부사장은 "지난해 계획했던 블루 웨일 발사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쏘아올릴 수 있도록 여러 대의 블루 웨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년부터 다시 발사 재시도에 나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신기술관 중앙에는 '루미르'의 0.3m급 고해상도 합성 레이다(SAR) 센서를 탑재한 초소형 SAR 위성이 놓여 있었다. 이서연 루미르 선임매니저는 "루미르는 국가 주력 위성 시리즈인 차세대중형위성 1~5호 사업에 탑재체 개발로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직접 제작한 SAR 위성은 내년부터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을 타고 발사되며 5호기까지 발사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위성 영상을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업을 소개하고자 ADEX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자사가 개발 중인 궤도상서비스(On-Orbit Servicing, OOS)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로봇팔이 달린 위성 모형을 공개했다. 최용선 워커린스페이스 선임연구원은 "큰 비용으로 개발된 위성이 연료가 부족해 폐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워커린스페이스가 개발하는 기술로 우주 급유를 시도해 위성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 의약품 생산을 추진하는 스페이스린텍은 올해 11월 누리호에 실려 우주에 오를 우주의학 플랫폼 'BEE-1000'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 있는 'BEE-PC1' 등을 소개했다. 미세중력 구현을 위해 마련한 드롭타워 모듈도 전시됐다. 스페이스린텍은 2m, 4m부터 600m, 900m 높이의 드롭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박상민 스페이스린텍 우주의학연구소 GT 팀장은 "BEE-1000은 사람이 자체적으로 전원을 공급해줘야 하지만 BEE-PC1은 솔라 패널을 통해 자체적으로 전원을 공급한다"며 "다음 달에 BEE-1000이 단백질 결정화를 이미징한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무인탐사연구소의 달 탐사 로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의 '인공 월면토 블록' 등이 선보였다. 정태일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건설연은 10년 전부터 달과 같은 우주 환경에서 현지의 토양을 활용, 건축물을 손쉽게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달 토양과 유사한 성분의 '인공 월면토'를 직접 개발해 블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달 환경을 구사한 건설연 우주 진공 챔버에서 무인탐사연구소의 달 탐사 로버를 이용해 인공 월면토 블록의 물성을 검증해볼 계획이다"고 했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에 부스를 무료로 대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은 "우주에 발사체뿐 아니라 위성, 우주의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려 국민의 우주 상상력을 높이고 싶었다"며 "국내 우주기업을 일일이 찾아가 참가를 독려할 정도로 신기술관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신기술관 옆에는 올해 처음 ADEX에 참여한 우주항공청의 우주항공관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부스 한 가운데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실물 10분의 1 크기의 모형,차세대중형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등이 전시됐다.
특히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KPS) 위성 모형이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우주청 관계자는 "태양 전지판 2개 탑재 등 KPS 위성 설계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는 의미다"며 모형 공개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주항공관 부스 오른켠에는 20여 개의 좌석과 작은 연단, 모니터로 이뤄진 발표 공간이 있었다. 우주청이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고객들에게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21, 22일 개최한 'SBIR 1단계 기업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이다.
22일 현장에서는 플렉셀스페이스, 인터그래비티 관계자 발표가 한창이었다. 참석자들은 발표자를 향해 "기술은 언제 개발이 완료되나", "사업 특징이 무엇인가" 등을 물었다. 세미나에는 이들 기업을 비롯해 코스모비, 스페이스맵, 아이옵스, LabAM24 등이 참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쎄트렉아이는 한화 그룹관에 올해 3월 발사된 쎄트렉아이의 초고해상도 위성 스페이스아이(SpaceEye)-T 모형을 전시했다. 지금까지 공개한 SpaceEye-T 영상 중 가장 높은 화질의 영상도 이날 공개했다. 쎄트렉아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과 협력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