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인 수소 생산 등에 쓰이는 촉매를 빠르게 합성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강한 빛으로 온도를 0.02초 만에 3000℃까지 올리는 방식이다. 만들어진 촉매는 수소 생산 효율이 6배 높아졌고 제작에 드는 에너지는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KAIST는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최성율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이 강한 빛을 짧게 비춰 고성능 나노 신소재를 합성하는 '직접접촉 광열처리'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9월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나노'에 공개돼 9월호 속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단단하고 잘 반응하지 않는 소재인 나노다이아몬드를 전기가 잘 통하고 촉매로 유용한 '탄소나노어니언(Carbon Nanoonion)'이라는 신소재로 손쉽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탄소나노어니언은 탄소 원자가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쌓인 미세한 공 모양 소재다. 전기전도도와 내화학성이 뛰어나 촉매를 지지하는 재료로 적합하다.
기존 탄소나노어니언 합성 과정은 열선 가열 공정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탄소나노어니언을 합성한 이후 다시 촉매를 부착하는 공정도 복잡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빛에너지를 열로 전환하는 광열효과를 활용했다. 나노다이아몬드에 빛을 잘 흡수하는 재료인 카본블랙을 섞고 제논 램프로 강한 빛을 가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제논 램프는 제논 기체가 특정 압력으로 채워져 전기를 통과시키면 다양한 파장대의 빛이 나오는 장치다. 실험 결과 0.02초 만에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나노다이아몬드가 탄소나노어니언으로 전환됐다.
탄소나노어니언 합성과 단일원자 촉매 부착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백금 같은 금속 촉매를 공정에 함께 넣어주면 금속 원자들이 갓 생성된 탄소나노어니언 표면에 즉시 달라붙었다. 소재 합성과 촉매 부착이 통합된 단일 공정인 셈이다. 연구팀은 백금, 코발트, 니켈 등 8종의 단일원자 촉매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백금 단일원자 촉매–탄소나노어니언의 경우 기존 촉매보다 6배 효율적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열선 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는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공정 속도도 수백배 빨라졌다.
김 교수는 "기존 열처리 대비 에너지 소비를 1000배 이상 줄인 초고속 합성-단일원자 촉매 기능화 통합 공정은 수소 에너지, 가스 센서, 환경 촉매 등 다양한 응용 분야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21/acsnano.5c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