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입자 기술을 이용해 기존보다 50만배 민감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혈액검사, 영상의학검사, 휴대용 진단 장치 등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박준혁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 교수와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10분 만에 감염이나 염증을 매우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초고감도·초고속 항원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양자점 복합체’(QDCC)라는 새로운 형태의 나노소재 개발이다. 양자점은 빛을 받으면 특정 색의 빛을 내는 반도체 나노입자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특정색의 광발광을 통해 아주 미세한 물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수십 개의 양자점을 하나의 튼튼한 나노복합체 안에 안정적으로 넣어 기존보다 훨씬 강하고 오래 빛나는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QDCC는 연구팀이 앞서 개발한 양친매성 고분자(물과 기름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분자) 기반 나노복합체보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빛의 신호가 더욱 안정적이다.
QDCC의 구조 및 신호가 강화된 것은 ‘층상 자기 조립’이라는 방식 때문이다. 층상 자기 조립을 적용하면 외부 물질 때문에 신호가 약해지는 현상인 ‘형광 소광’이 최소화된다. 연구팀은 층상 자기 조립을 통해 나노입자의 표면 화학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고 생체분자(비오틴, 스트렙타아비딘 등)를 표면에 도입한 뒤 나노입자와 생체분자 간 상호 결합력을 극대화시켰다.
연구팀은 QDCC를 ‘C-반응 단백질’(CRP) 검출에 활용했다. CRP는 우리 몸이 염증 반응을 일으킬 때 급격히 증가하는 단백질로 감염 여부나 질병의 중증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기존 진단법인 효소결합면역검출법(ELISA)은 대부분 정확한 결과를 내긴 하지만 시료 준비와 반응 시간이 길어 진단하는 데 4~24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QDCC를 이용하면 10분 내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대비 50만배 이상 민감하게 미량의 항원을 탐지할 수 있다. 소량의 바이러스나 염증 단백질도 탐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감염병 조기진단, 응급의료, 현장진단(Point-of-Care Testing) 등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연구팀의 기술은 혈액검사용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면역염색화학법 같은 영상의학 분야에도 연구팀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면역염색화학법은 조직이나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염색해 관찰하는 기술이다. QDCC를 이용하면 기존 현미경 진단보다 더 적은 양의 표적 생분자들을 빠르고 또렷하고 정밀하게 표지해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의 기술은 단백질, 바이러스, 세포 등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바이오센서 분야와도 연계 가능하다. 특히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될 때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진단 장비’로의 응용 가능성이 높다.
박준혁 교수는 “반도체 나노입자 기반의 안정적인 나노복합체 합성법과 이를 이용한 초고속·초고감도 진단 기법을 개발했다”며 “다양한 항원 및 검출 환경에 대한 폭넓은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검출법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