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날노린재(학명 Megymenum gracilicorne) 암컷이 뒷다리에 달린 부속기관에서 곰팡이를 기르고 알 표면에 코팅해 기생말벌의 공격을 물리적으로 방어하는 데 사용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해당 기관은 그동안 청각기관으로 추정됐다.
타케마 후카츠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교수팀은 톱날노린재 암컷이 몸에서 곰팡이를 길러 공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톱날노린재는 주로 수박이나 참외 등에서 사는 곤충이다. 성숙한 톱날노린재 암컷 뒷다리에 달린 하얀색 기관은 수십 년 동안 고막처럼 소리를 감지하는 청각기관으로 여겨졌다. 메뚜기나 귀뚜라미 등 일부 곤충은 다리에 청각기관이 달려 있다.
연구팀은 톱날노린재의 뒷다리 기관이 암컷에서만 발달한다는 점에 의문을 가졌다. 청각기관이라면 암컷과 수컷 모두에서 발달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일본 시골의 야생 오이에서 톱날노린재를 채집해 암컷 뒷다리의 기관을 정밀 분석한 결과 표면은 청각기관처럼 매끈하지 않고 작은 구멍들이 나 있었다. 각 구멍은 분비물을 배출하는 샘과 연결됐고 안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톱날노린재 암컷은 줄지어 알을 낳으면서 각 다리에서 자란 곰팡이를 반대편 다리로 긁어내 갓 낳은 알에 문질렀다. 곰팡이는 자라면서 3일 만에 알 표면을 약 2mm 두께로 덮었다. 알에 일부러 곰팡이를 피운 셈이다.
곰팡이 종류는 주로 약한 병원성이 있는 동충하초과(학명 Cordycipitaceae)로 다양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알에 존재하는 모든 곰팡이는 톱날노린재에게 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톱날노린재의 독특한 행동이 다른 곤충의 알 안에 자신의 알을 찔러넣는 기생말벌(학명 Trissolcus brevinotaulus)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실에서 키운 기생말벌 암컷 5마리를 톱날노린재 알 20여개가 있는 작은 공간에 넣고 관찰했다. 알 절반은 곰팡이 코팅을 제거한 상태였다. 말벌들은 알에 접근해 더듬이로 건드리고 곰팡이의 유무를 인지했다.
실험을 반복한 결과 말벌은 곰팡이가 없는 톱날노린재 알의 62%에 자신의 알을 낳았지만 곰팡이로 코팅된 알은 고작 10%만 공격받았다.
곰팡이에서 화학적인 방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곰팡이가 기생말벌을 감염시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곰팡이가 방패처럼 물리적으로 기생말벌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곰팡이로 덮인 알에서 부화한 어린 톱날노린재들은 탈피를 거치며 곰팡이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체가 된 톱날노린재 암컷이 필요에 따라 균류를 새로 구해 뒷다리에서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뒷다리 기관에서 분비하는 물질이 곰팡이 종류를 결정하는 데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톱날노린재가 어떻게 적절한 곰팡이를 선택하는지 탐구할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자연에서 특정 미생물을 분리하고 제어하는 기술로 응용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p6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