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J&J)를 상대로 수천 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소비자들은 J&J의 존슨즈 베이비파우더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BBC 등 영국 언론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J&J가 제품의 위험성을 고의적으로 은닉했다며 약 3000명의 영국 소비자들이 런던 고등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존슨즈 베이비파우더다. 땀띠나 발진이 생기기 쉬운 부위에 바르는 파우더로 피부를 보송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법적 조치를 요청한 소비자들은 J&J가 석면에 오염된 활석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를 지난 수십 년간 고의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활석은 마그네슘으로 이뤄진 규산염 광물로 가루화해 파우더로 쓰인다. 석면은 섬유질로 된 규산염 광물로 흡입 시 건강에 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소비자들은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구성원이 존슨즈 베이비파우더 사용 후 난소암, 중피종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중피종은 폐를 둘러싼 흉막, 복막, 심막 등 중피세포에 발생하는 종양이다. 공기 중 떠도는 석면을 흡입하면 폐에 석면이 침착되면서 중피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은 베이비파우더 사용 시 공기 중으로 퍼지는 석면이 중피종 등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J&J가 수십 년간 석면의 위험성을 감췄다며 배상을 청구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법률회사 KP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0억 파운드(약 1조9098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J&J는 2023년부터 활석을 옥수수 전분으로 대체해 베이비파우더를 생산하고 있다. 영국 소비자들은 J&J가 성분 논란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가 중단된 뒤 3년이 지난 후에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활석 기반 베이비파우더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J&J가 베이비파우더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규제 당국 상대로 로비를 벌였고 석면 위험을 축소하는 연구를 후원했다고도 주장했다. 회사의 평판과 수익을 지키기 위해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J&J는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연구기관 및 보건당국이 시행해온 테스트를 통해 베이비파우더의 안전성이 입증돼 왔다는 입장이다. 파우더에 들어간 활석은 규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석면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활석 매장지 중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며 “피고에게 활석을 공급하는 광산들도 석면이 포함돼 있다”며 J&J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