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전 세계 정부와 보건기관은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하거나 각종 모임을 금지하는 규칙 등이 담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놀랍게도 개미도 감염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개미집을 더 크게 만들거나 배치를 변형하는 등 '공간적 면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크 렉키 영국 브리스톨대 생물과학과 연구원팀은 개미 군락이 병원체에 노출되면 개미집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건물 배치나 교통 네트워크 등은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 패턴을 유도한다. 접촉을 통한 감염병 전파 과정에 공간 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과거 흑사병이나 콜레라 대유행 시기에도 도시를 확장하거나 기능적으로 구분한 사례가 있다. 인간 외의 동물이 감염병에 대응해 능동적으로 공간을 변형하는 사례는 그동안 확인된 바 없다.
연구팀은 인간과 비슷하게 복잡한 건축물인 개미집을 만들고 모여 사는 고동털개미(학명 Lasius niger)가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고동털개미 일개미 180마리가 둥지를 만드는 굴착 현장에 메타리지움 곰팡이(학명 Metarhizium brunneum)에 감염된 일개미 20마리를 추가했다.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일반적인 병원성 곰팡이다.
이후 6일에 걸쳐 집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분석한 결과 건강한 일개미 20마리가 추가된 대조군과 집 구조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병원체에 노출된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집의 크기를 더 빠르게 확장하고 둥지 입구 사이의 거리를 증가시켰다. 방 사이 거리는 늘고 연결성은 감소했다. 이동은 비효율적이지만 질병 전파를 막는 데는 효과적인 방향이다. 각 개미집 구조를 바탕으로 감염 확산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둥지 구조 변화가 실제로 병원체 전파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미들이 질병을 방어하기 위해 둥지 구조를 수정한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동물이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해 주변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s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