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임신 가능성은 25세 이후 서서히 낮아지다 40세 무렵 급격히 떨어진다. 오랫동안 그 원인은 ‘난자의 노화’로 설명됐지만 난자 주변의 세포·신경·혈관 등 난소 조직 전체가 함께 늙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SF)와 챈 저커버그 바이오허브 연구팀은 난소의 노화를 세포 단위로 3차원 분석한 결과 난자뿐 아니라 난자를 둘러싼 조직들이 동시에 기능을 잃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난소 전체를 얇게 자르지 않고 화학 처리를 통해 불투명한 지방 성분을 제거해 빛이 통과하도록 만드는 ‘조직 투명화’ 기술을 적용했다. 이렇게 투명해진 난소를 '라이트시트(light-sheet)' 현미경으로 촬영하면 얇은 빛의 층으로 한 면씩 비추며 단면을 빠르게 찍어 난소 전체의 입체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난자는 난소 속에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고 피질 쪽의 작은 주머니인 ‘난포(follicle)’에 모여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난포 밀도가 줄었다. 사람 나이로 30~40세에 해당하는 쥐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됐고 체외수정 성공률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으로 사람과 쥐에서 얻은 약 10만 개의 세포를 조사한 결과 11가지 주요 세포 유형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세포는 ‘교세포(glia)’였다. 교세포는 일반적으로 뇌나 척수 같은 신경계에서 신경세포를 지지하고 신호 전달을 돕는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교세포가 난소 안에서도 존재하며 신경망과 함께 신호를 주고받는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난소 내부에는 '교감신경'도 촘촘히 얽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교감신경의 밀도가 높아졌다. 쥐에서 교감신경을 절제하자 휴면 상태의 난포는 늘었지만 성숙하는 난포는 오히려 줄었다.
연구팀은 교감신경이 난포가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조율하는 신호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교감신경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박과 혈류를 높이는 ‘투쟁-도피(fight-or-flight)’ 반응을 담당하는 신경계다.
섬유아세포가 노화에 따라 염증 반응을 일으켜 조직 섬유화를 촉진하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50대 여성의 난소에서는 폐나 간보다 이른 시기에 흉터 조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증된 인간 난소 표본의 단면 분석을 기반으로 해 시간 경과에 따른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논문의 교신저자인 다이애나 레어드 UCSF 교수는 “난소 노화는 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세포·신경·혈관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과정”이라며 “이 상호작용을 조절하면 생식 능력과 여성 건강의 노화를 늦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제1저자 엘리자 게일러드 UCSF 박사후연구원은 “젊음의 비밀은 어쩌면 난소 속 생태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 doi.org/10.1126/science.adx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