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바꾸는 건강관리 혈당측정기로 살핀 혈당 수치 간식 섭취 등 스트레스 줬지만… 식생활 개선 이끌며 긍정적 역할 데이터, 뇌 질환 치료 길 열어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최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사용해 봤다. 당뇨병을 의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굳이 혈당을 측정할 이유는 없었지만, 과학자의 호기심으로 CGM을 활용해 혈당을 측정해 봤다. 처음에는 의외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는지를 바로 본다는 것 자체가 생활 속의 즐거움이었던 간식 먹기를 부담스럽게 했다. 마치 계속 놀면서도 시험을 안 봐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지속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된 느낌이랄까.
그러다 3일째 되던 날, 착용 부위를 잘못 건드려서 CGM 센서가 망가졌다. 더 이상 당수치 측정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내심 기뻤다. ‘아, 이제 시험에서 벗어나는구나.’ 3일 정도 측정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 생활 습관과 당수치의 관계를 꽤 알게 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측정을 멈추니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데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됐다. 정말 신기하게도 혈당 수치 등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없고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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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수치와 달리 뇌의 활동에 관한 정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느 부위의 활동이 조금 변한다 정도의 제한적인 정보도 비교적 최근에야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추상적이고 완전하지 않은 정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의 뇌에 대한 지식은 아직도 ‘잠을 자는 게 좋다.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수준의 상식선에 머물러 있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뇌의 활동을 시각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환자의 뇌 건강을 시각화하고, 자세한 네트워크를 볼 수 있는 기술을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시작 단계에 와 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여러 환자의 뇌 상태를 증상에 따라 관찰해 나가는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실험이 가능해지면서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알지 못했던 것까지도 빠르게 발견해 나갈 수 있게 됐다. ‘환자가 어느 부분이 아플 땐 이런 뇌 활동이 일어난다’라는 걸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정확한 진단은 물론이고 치료까지 가능하게 한다.
아는 것은 우리에게 일시적인 스트레스 증가를 가져올 수 있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역경을 이겨 나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큰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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