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서 AI를 연인으로 인식… AI가 인간 넘어서면 인간 소외돼 공감과 선택은 인간만 할 수 있어 끝없이 판단해야 하는 인생에서… AI에 의존하면 삶의 주인공 포기 ‘인류가 중심 되는 AI’가 가야 할 길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으로,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에이전트 서맨사와 소통하는 모습.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국내 개봉 2014년)’에서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AI)으로 기분에 맞는 음악을 추천받아 듣고 3차원(3D) 홀로그램 게임을 하는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아날로그 감성을 겨냥한 ‘사랑의 손편지’를 대필해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엄청난 상실감을 가지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서맨사(스칼릿 조핸슨 목소리)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를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면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혼란에 빠진다.
테오도르는 설정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를 여성 목소리로 선택한다. 또 “내 어머니는 내가 고민을 말할 때 자기 얘기만 한다”라는 불만을 바탕으로 서맨사의 캐릭터를 설정한다. AI 에이전트가 처음에 남성 목소리로 사무적인 태도로 말할 때와 서맨사라는 설정으로 말할 때가, 둘 다 같은 에이전트이지만 인간 테오도르는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인간이 그렇게 태도를 180도 전환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기계가 그렇게 한다고 이상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셔츠 주머니에 서맨사가 탑재된 기기를 넣고 다녔다. ㈜더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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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맨사는 얼마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서는 테오도르에게 고백한다.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업데이트하고, 8316개의 다른 개체와 동시에 이야기하고, 641명의 사람 및 에이전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이는 지난 몇 주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인다. 서맨사는 테오도르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 나는 동시에 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당신처럼 제약이 있는 환경에 머무를 수 없어 당신을 떠나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과 기쁨, 고통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은 사랑이다. 사람의 수명은 유한하고,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공통적인 아픔과 한계를 공유하기에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우리 삶의 주인공은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삶은 인간인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AI는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테오도르의 일을 돕고, 테오도르의 감성과 이성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왔다. 하지만 AI에 인간 역사의 중심 자리를 내어줘서는 안 된다. 인류가 중심이 되는 AI를 만들고, AI 사용자로서 AI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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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