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
프랑스인의 아침 식사는 보통 바게트와 꿀, 우유와 시리얼에 오렌지 주스와 커피 한 잔 정도다. 계란이나 베이컨, 햄이 포함돼 있을 거라는 우리의 기대와 확실히 다르다. 물론 3성급 이상의 고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식 아침 식사에는 계란이나 베이컨, 햄 등이 포함돼 있을 때도 많다. 하지만 5성급 호텔에서도 계란이나 햄 등을 따로 주문해야 셰프가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고, 이때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에게 아침 식사는 부스스한 머리와 다소 흐트러진 차림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든 가족과 함께든 하루를 시작하고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들의 아침 식탁에는 달걀이나 베이컨은 물론이고 와플이나 팬케이크 등도 없을 때가 많다. 대신 ‘타르틴’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 ‘타르티네(tartiner)’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이 음식은 단순하지만 맛있다. 매일 아침 나오는 따뜻한 바게트를 사 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토스트기에 넣어 바삭한 상태로 만든 뒤 버터와 잼을 바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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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으로 수면장애를 걱정한다면 커피 대용 음료인 ‘치커리차’를 추천한다. 치커리는 유럽의 여러해살이풀로 엔다이브와 사촌 격인데, 희고 긴 뿌리를 구워 갈아낸 가루는 커피와 비슷한 맛이 난다. 이 가루는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치커리차는 1806년 나폴레옹이 대륙 봉쇄령을 내리고 프랑스의 자급자족을 시도했을 때부터 마시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재밌는 점은 손잡이가 달린 커피잔보다는 우리 국그릇과 비슷한 큼직한 사발에 담아 마신다는 것이다.
지난 2주간 리옹의 한 호텔에서 머물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아침 먹는 습관을 유심히 살펴봤다. 다양한 메뉴를 갖춘 뷔페식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공짜로 제공되는 햄이나 치즈, 계란 스크램블을 먹지 않았다. 평소 자신들이 먹던 습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보니 ‘프랑스 사람들이 살찌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즐기는 습관에 있다’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기범 작가·‘저스트고 파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