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긁느라 못 자면… 단순 가려움증 아닌 ‘질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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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가려움증의 원인과 치료
피부과-정신과적 등 4가지 원인… 6주 이상 지속되면 검사 받아야
원인 불명 ‘특발성 가려움증’ 환자… 림프종-고형암 진단 확률 2.7배 ↑
항히스타민제-광선요법으로 치료… 표적 치료-생물학적 제제도 개발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왼쪽)가 만성접촉성피부염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왼쪽)가 만성접촉성피부염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 씨(48)는 최근 2개월 이상 매일 밤 심한 전신 가려움증에 시달려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팔과 다리 등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려워 손에 장갑을 끼고 잠드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갱년기 탓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가려움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김 씨처럼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자극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김혜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렵다고 해서 긁지 않아야 한다. 만성 가려움증의 경우 빨리 의사 진단을 받아 질환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가려움증, 단순 불편을 넘어 ‘삶의 질’ 위협

가려움증은 피부를 반복적으로 긁게 만들어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고 상처와 염증을 일으킨다. 이와 함께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등이 동반돼 환자의 일상과 사회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요 원인으로는 피부과적 가려움증, 신경병증성 가려움증, 전신적 원인에 의한 가려움증, 정신과적 원인에 의한 가려움증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6주 이상 가려움증이 지속될 경우 기저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만성 가려움증의 원인은 접촉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 등 피부질환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하지만 간·신장·갑상샘 질환, 림프종 같은 혈액종양, 신경학적 질환, 철결핍성 빈혈, 피부근염 등 전신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노인의 경우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복용 약물로 인해 가려움증이 흔히 나타난다. 그러나 단순한 피부 건조나 노화 현상으로만 치부해 제때 진료를 받지 않고 스테로이드 연고에만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가려움증’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원인 불명의 가려움증 환자는 3개월 내 림프종이나 다른 고형암이 진단될 확률이 일반 성인보다 2.7배 높았다”며 “뚜렷한 원인이 없고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가려움증이 6주 이상 지속된다면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 투약만 하지 말고, 가려움증을 전문으로 하는 피부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신약 및 치료법 개발로 효과 더 높아져

가려움증 치료는 원인과 환자의 상태에 맞춰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신약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전신 치료제로는 항히스타민제가 가장 흔히 사용된다. 두드러기나 아토피피부염처럼 히스타민에 의해 발생하는 가려움증에 효과적이며 특히 부작용이 적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활용된다.

염증과 피부가 두꺼워지는 현상(태선화)으로 인한 가려움에는 스테로이드제가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연고도 개발돼 스테로이드 부작용 걱정 없이 주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 피부 상태와 증상에 맞춰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일부 환자의 경우 항우울제, 신경병증약(가바펜틴 등), 아편양 수용체 길항제(날록손 등)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광선치료(광선요법)는 수십 년간 가려움증 치료에 사용돼 온 방법으로 최근 ‘협대역 자외선B’가 대표적이다. 아토피피부염, 건선, 백반증 같은 만성 피부질환은 물론이고 투석 환자의 전신 가려움증에도 효과적이다. 치료를 받을 때 환자는 속옷 등 옷을 모두 벗고 얼굴만 보호한 채 자외선을 쬐며, 임신부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국소적인 병변에는 엑시머 레이저가 활용되는데 아토피피부염, 백반증, 건선, 원형탈모, 과다각화성 손 습진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최신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로 호전되지 않던 환자들을 위해 면역억제제, 표적치료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특정 면역 경로를 직접 조절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결절성 양진(가려움 발진)이라는 심한 가려움증에서 임상 효과가 널리 증명되고 있어 이러한 신약들은 만성 난치성 가려움증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 가려운 부위 긁지 않고 맞춤형 치료를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하루 1, 2회 보습제 사용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 후 즉시 보습 △땀, 먼지, 자극적인 섬유 피하기 △세제, 향 제품 최소화 △쾌적한 실내 온도 등이 기본 수칙이다. 또 음식 알레르기, 스트레스, 약물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개인별 상황에 따른 회피도 필요하다. 심한 경우 가려움증 일기를 기록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가려움증은 단순 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신호”라며 “가려운 부위를 긁지 않아야 하며 광선치료, 표적치료제, 생물학적 제제 등 환자 맞춤형 치료를 통해 편안한 삶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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