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과다사용, 우울의 원인? “거의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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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이 성인의 기분 저하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마트폰 사용이 성인의 기분 저하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우리의 기분과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성인 1만여 명의 4주간의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분이나 정신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무시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정말 ‘우울증 유발하는 나쁜 기계’일까?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의사소통, 길 찾기, 금융, 건강관리, 뉴스, 쇼핑, 오락, 사회적 연결(소셜네트워킹) 등
우리의 하루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84%, 한국 성인의 약 99%, 미국 성인의 약 85%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스마트폰이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라고 경고하는 연구들도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대부분 연구가 자가 보고(self-report) 자료에 의존하거나 표본 규모가 작고, 인구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청소년 대상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실제보다 주당 약 12시간 이상 더 많이 사용했다고 과대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 명 넘는 성인, 25만 일치 데이터 분석
미국 오리건대학교와 구글 리서치과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 18세 이상 성인 1만 99명을 모집해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를 4주간 추적, 총 25만 일치(250,000 days)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스마트폰의 사회적 앱(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등)과 비사회적 앱(뉴스, 금융, 쇼핑, 게임 등) 사용 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기분과 정신적 웰빙 상태를 스스로 평가해 보고했다.

이 데이터는 객관적 사용량(앱 로그)과 주관적 기분 상태(자가 평가) 를 결합해 스마트폰 사용이 실제 기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폈다. 또한 나이, 성별, 소득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영향, 약간 있지만 무시할 수준”
연구 결과, 스마트폰 사용은 앱의 성격과 관계없이 긍정적·부정적 기분 변화 모두와 거의 관련이 없었다.

-사회적 앱(SNS) 사용은 일부 젊은 성인에게서 약한 부정적 연관성이 관찰되었지만, 전체 집단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았고 지속적 효과도 없었다.

-개인의 평소 사용량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일시적으로 사회적 앱을 더 많이 썼을 때,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

비사회적 앱도 비슷했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쓸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자신의 기준보다 약간 더 사용할 때는 오히려 긍정적인 기분 변화가 있었다.

즉, 스마트폰 사용량 자체가 기분을 좌우하지 않으며, 그보다는 개인의 평소 습관과 비교해 얼마나 더(혹은 덜) 쓰는지에 따라 일시적인 기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앱 사용량을 비현실적으로 많이 늘려야만 기분 점수가 1점 바뀌는 수준”이라며, 실질적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성인의 기분 저하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마트폰 사용이 성인의 기분 저하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
주목할 점은 스마트폰 사용량보다 연령과 성별이 기분 예측에 훨씬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와 여성 참가자들이 사회적 앱을 더 자주 사용했는데, 이 그룹은 스마트폰 사용량과 무관하게 평균 기분 점수가 더 낮게 보고 되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는 스마트폰이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나이·성별 기반의 심리적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청소년에게는 다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성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정서적으로 더 민감하고 자기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이런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실제 스마트폰 사용의 부정적인 영향을 보고한 연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바로 이들이다.

또한 참가자 집단이 여성 비율이 약간 높고,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청소년과 아동, 그리고 인종·소득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된 표본에서
추가적인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문제라기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
연구를 이끈 오리건대 디지털 정신건강센터 소장인 니콜라스 앨런 석좌교수는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일 뿐, 본질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그리고 기술이 우리의 웰빙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증진하도록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느냐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273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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