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남미 트럼프’ 구하기… 통화스와프 이어 소고기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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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앞둔 밀레이 파격 지원… 민간자금 28조원 기금까지 마련
美축산업계 “혼란만 부를것” 반발… “지금 타국 도울땐가” 공화도 비판
시장 싸늘, 페소화 가치 1%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한 후 취재진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한 후 취재진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워싱턴=AP 뉴시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미국 재무부가 20일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민간 자금 200억 달러를 추가해 아르헨티나에 총 40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미국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세계 주요 소고기 생산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수입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지원 조치는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를 돕기 위해 26일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표됐다.

하지만 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셧다운 재정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외국을 지원하는 건 문제라는 것. 아르헨티나와 경쟁 관계에 놓인 미국 축산업계도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장 반응도 신통치 않다. 미국의 대규모 지원 발표에도 달러 수요가 늘면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20일 1% 하락했다.

● 美, 아르헨 중간선거 앞두고 파격 지원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발표하면서 “이 협정의 목적은 아르헨티나의 거시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며, 특히 가격 안정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X에 밝힌 통화스와프 내용을 아르헨티나가 공식 발표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15일엔 “민간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참여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400억 달러를 아르헨티나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해외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놓인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를 자국에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아르헨티나에서 소고기를 구입하면 우리가 아주 좋은 나라, 동맹국으로 여기는 아르헨티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에는 26일 실시되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가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보수 성향인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대선에서 좌파 정부를 밀어내고 당선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만나러 방미한 해외 정상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후 10여 차례나 미국을 오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남미에서 밀레이 정부가 굳건하게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밀레이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자유전진당은 상원 72석 중 7석, 하원 257석 중 38석을 차지한 소수 정당이다. 상원 의석 3분의 1, 하원 절반을 새로 뽑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의석수를 늘려야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지방선거에서 중도 좌파인 페론주의 야당 연합에 패하며 중간선거 판세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 美 공화당 등 반발, 환율 안정 등 실제 효과도 의문시

트럼프 행정부의 아르헨티나 지원에 대해 미국 내에선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재정 매파’인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15일 통화 스와프 발표 직후 “우리가 재정적자를 겪고 있고, 우리 국민을 위한 자원도 부족해 정부 셧다운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다른 나라에 200억 달러를 보내자는 발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금지로 타격을 입은 미국 농가에 대한 지원 대신 아르헨티나 재정 지원이 먼저 나왔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 구제금융을 제안하기 전에 대두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에 맞서 미국산 대두를 아르헨티나산으로 대체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연간 대두 생산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700만 t을 지난달 중국에 팔았다.

통화 스와프 체결에도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통화 스와프를 발표한 당일인 20일 페소화 가치는 1% 떨어졌다.

미국 축산업계도 20일 성명을 내고 “2020년 이후 8억1000만 달러 상당의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미국 시장에 판매된 데 비해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700만 달러 상당의 소고기를 판매했다”며 “이 계획은 물가를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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