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올해 3월 불법 체류자들을 해외로 보낼 감옥을 확보하기 위해 엘살바도르 측과 협상하면서 미국 정부가 법적으로 보호하기로 한 제보자들까지 넘겨주겠다고 비밀리에 약속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이 중 1명은 이미 엘살바도르로 송환됐다.
WP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3월 13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 정부가 구속한 중남미 범죄 조직 ‘마라 살바트루차(MS-13)’ 고위 간부 중 9명을 강제 송환해 달라는 부켈레 측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최소 3명은 미국의 ‘제보자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수사에 협조하기로 하고 정보 등을 제공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통화 이틀 만에 1명은 곧바로 엘살바도르로 송환이 완료됐다. 나머지 8명은 아직 미국에 남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8명의 송환 절차를 밟았지만 법원의 제동에 가로막힌 상태다.
MS-13 고위 간부 9명이 미국에 제공한 증거 중에는 ‘마약 갱단 척결’로 인기를 얻은 부켈레 대통령이 일부 범죄자를 비호했으며 이들과 수차례 만나 거래를 해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부켈레 정권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범죄 조직 관계자들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살인 등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조하면 조직원들의 복역 조건을 완화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MS-13 고위 간부들이 강제 송환되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남아 있는 8명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아레발로 차베스는 미국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내가 강제 송환된다면 목숨이 매우 위험하다. 고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조하는 마약 조직 척결 또한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남미 거물 마약상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원들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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