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책 추종하는 다카이치…‘돈 풀기’ 기대감에 日증시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0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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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회와 새 연정 꾸려 내일 총리 지명
보수 색채 강해져 ‘우클릭 연정’ 평가
외교 경험 부족…APEC 데뷔 무대 주목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있다. 2025.10.04. 도쿄(일본)=AP/뉴시스

21일 일본의 첫 여성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집권 자민당 총재는 ‘롤러코스터’ 같은 극심한 정치적 부침을 겪었다. 그는 앞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력 후보였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83)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농림수산상을 꺾고 첫 여성 총재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엿새 뒤인 10일 공명당이 26년 만에 자민당과의 연정 이탈을 선언하며 총리 지명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열흘 만인 20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극적으로 새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면서 21일 총리 취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신임 총리가 되면 그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한일, 한미일 협력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전화위복’ 다카이치, 과반수 지지로 총리 되나

20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연정 구성에 최종 합의하면서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등극이 확정적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 합의한 일본유신회는 총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방침”이라며 “첫 여성 총리가 나올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유신회가 자민당보다 보수 색채가 강하단 면을 감안해 이번 연정이 ‘우클릭 연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에게 공명당 연정 이탈 등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의원에서 자민당(196석)은 앞선 연정 대상이었던 공명당(24석)보다 11석 많은 일본유신회(35석)와 손을 잡으며 각종 법안 통과에서 더욱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인 퍼스트’를 앞세운 극우 성향 참정당(3석)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참정당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질 경우 과반을 1석 넘긴 234석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총리 취임을 확정 지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카이치 정권은 임기 초반 국정 동력 확보에 한층 유리해진다.

하지만 자민당이 총리 지명 선거 일정에 쫓겨 일본유신회와 급하게 연정에 합의한 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당은 소비세 감소, 비자금 스캔들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사실상 ‘개문발차’한 새 연정의 향후 잡음을 줄이는 게 다카이치 정권의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취임 직후 아세안, APEC, 트럼프 방일 등 대형 이벤트 치러야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있다. 2025.10.04. 도쿄(일본)=AP/뉴시스
다카이치 총재는 1993년 국회 등원 동기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정책의 계승자로 불린다. 외교와 국방을 강화한 ‘강한 일본’을 주창하며, 경제 정책에서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를 내세워 확장 재정과 금융 완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돈이 풀리는 데 따른 시장의 기대감은 벌써부터 지수에 반영되고 있다. 닛케이225평균주가 종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치러지기 전날인 3일 4만5769엔에서 다카이치 총리 취임이 확실시된 20일 4만9000엔 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신임 총리에 오르자마자 대형 외교 이벤트들을 소화해야 한다.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31일~다음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다 카이치 총재는 앞서 총무상, 경제안보상 등을 역임했지만 외교 경험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외무성은 총재 선출 후 그에게 비공개 현안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카이치 총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새 연정 구성 등 국내 문제가 산적한 만큼 조심스러운 외교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카이치#일본 총리#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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