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은 10대시절 음악에 열광, 女는 최신곡에 홀딱…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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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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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즐겨 듣던 노래가 마음속 깊이 각인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인생 노래’의 추억이 형성되는 시기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위배스퀼래대학교(University of Jyväskylä) 연구자들이 84개국 189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균 16세, 여성은 19세 무렵 가장 깊은 음악적 유대감을 형성했다.

남성, 10대 시절 음악에 평생 열광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음악 한 곡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노래가 발표된 당시의 나이와 음악적 의미를 분석했다.

남성이 평균 3년 먼저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유는 청소년기 음악사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은 10대 중·후반(14~17세) 시기에 록이나 헤비메탈 같은 강력한 음악을 통해 독립심과 정체성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의 음악은 ‘부모로부터의 독립’과 ‘나만의 세계’를 상징하며, 결과적으로 이 시기 음악이 성인 이후까지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남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남자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10대 시절 음악에 지속적으로 열광했다. 심지어 60대 이후에도 젊은 시절 들었던 록과 메탈 같은 강렬한 사운드의 노래에 감정적으로 가장 큰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이중 정점 패턴’(dual-peak pattern)이라고 표현했다. 즉, 남성에겐 청소년기 음악과 최근 음악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초기 정점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성, 더 느리지만 평생 음악적 의미 갱신하며 진화
반면 여성은 음악을 감정조절, 인간관계, 가치탐색 수단 등 보다 복합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정서적·사회적 경험의 통합 과정이 더 길게 이어지면서, 음악적 의미가 완성되는 시점이 남성보다 3년 늦은 19세 전후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음악적 감수성이 계속 나아갔다. 60대 여성의 경우, 10대 시절 음악보다 최근의 음악이 정서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경향을 보였다.

정리하면, 남성은 과거의 음악에 정체성을 고정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성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삶과 감정에 맞춰 음악의 의미를 새로 써나가며 진화하는 차이를 보였다.

음악을 기억하는 세 가지 패턴
연구진은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의미 있게 느끼는지를 결정짓는 세 가지 패턴을 확인했다.

첫째, 회고 정점(reminiscence bump): 청소년기~초기 성인기에 형성된 음악이 평생 지속되는 고전적 패턴. 남성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둘째, 연쇄 정점(cascading bump): 30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주로 관찰되며, 부모 세대의 음악(출생 25년 전 발매곡)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했다.
셋째, 최근 정점(recency bump): 6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패턴. 최근 10~15년 사이의 음악에 강한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며 여성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뇌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식
음악은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편도체, 내측 전전두엽 피질 등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 부위들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남기는 핵심 회로로, 특히 청소년기에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

이 시기의 뇌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은 약하지만, 보상 자극과 감정적 학습에는 매우 민감하다. 이 때문에 10대 시절 음악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타임캡슐’로 남게 된다.

남녀 간 시기 차이는 사춘기 발달 속도, 사회적 기대, 문화적 역할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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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특성, 음악치료에 활용 가능
남녀 간 차이는 음악치료와 정서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노년층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성별에 따라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중·노년 남성에게는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을 중심으로 한 재생 목록(플레이리스트)이 자서전적 기억을 자극해 정서적 긍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달리 여성은 최근 수십 년간의 음악을 폭넓게 포함하는 것이 정서적 공감과 몰입을 유도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학술지 기억(Memory)에 게재됐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80/09658211.2025.2557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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