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가’ 제품에 흔히 사용하는 무열량 또는 저열량 인공 감미료(이하 인공 감미료)가 ‘요요현상’을 막고, 장내 건강한 미생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인공 감미료를 포함한 저당(低糖) 식단이 체중 감량 후 유지에 도움이 되며,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결과를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신진대사(Nature Metabolism)에 발표했다.
■ 인공 감미료, ‘요요 없는 체중 관리’에 도움 연구진은 인공 감미료 제품이 체중 감량 유지와 장내 미생물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국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에는 그리스,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4개국에서 모집한 성인 341명과 어린이 38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였으며, 먼저 2개월 동안 저열량 식단으로 평균 5% 이상 감량했다. 이후 10개월 동안은 ‘일반식’으로 돌아가되, 총에너지 섭취 중 당류 비율을 1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설탕 그룹’은 인공 감미료를 피해 기존 식단을 유지했다. 반면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대체제가 들어간 상용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했다.
대표 적인 인공 감미료 성분은 설탕에 비해 단맛이 매우 강한 아스파탐, 아세설팜 K, 사카린, 타우마틴, 네오탐, 스테비아와 당알코올 제품인 에리트리톨, 소르비톨, 만니톨, 이소말트, 말티톨, 락티톨, 자일리톨 등이 포함됐다.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당류 섭취량을 제한한 두 그룹 모두 줄어든 체중을 유지했으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그룹보다 평균 1.6kg 더 많은 체중 감량을 유지했다. 연구 지침을 충실히 지킨 사람들만 따져보면, 그 차이는 3.7kg까지 벌어졌다. 특히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그룹보다 당류 섭취량이 줄어 하루 평균 12g 더 적게 먹었고, 식단에서 당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더 크게(2.4%P) 줄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장내 미생물도 다이어트에 유리한 유익균 위주로 재편 흥미로운 점은 인공 감미료 섭취 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단쇄지방산(SCFA)을 생성하는 유익균들이 늘어났는데, 대표적으로 프레보텔라(Prevotella), 메가스파이라(Megasphaera), 유박테리움(Eubacterium), 부티릭시모나스(Butyricimonas) 등이 포함됐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해 생성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포만감을 높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며, 염증 반응을 줄이는 대사 보호 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메탄 생성 균(Methanolobus)이 증가했는데, 이는 장내 발효 효율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요약하면, 설탕 대체제로 인공 감미료를 첨가한 식단이 장내 세균 환경을 대사 건강에 유리한 형세로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작용 일부 있지만 건강에는 문제 없어 인공 감미료 그룹에서 복통, 복부 팽만, 가스, 묽은 변 등 위장 관련 증상이 조금 더 자주 보고되었다. 다만, 심각한 부작용이나 장기적 건강 악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인공 감미료 제품 중 일부는 당알코올이나 섬유질 형태로 장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소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인공 감미료 논란에서 긍정적 증거 추가 감미료의 안전성과 체중 조절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부 관찰 연구에서는 “인공 감미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비만율이 높다”라는 결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인공 감미료 사용 자체가 아니라 비만 상태인 사람들이 설탕 대체제로서 이를 선택하는 경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10개월간의 인공 감미료 섭취 후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CVD) 위험 지표(예: 간 내 지방함량 등) 에서 변화가 없었다. 이는 감미료의 장기 섭취가 부정적 건강 효과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짚었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라는 점에서 기존 관찰연구보다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연구진은 “감미료가 마법처럼 살을 빼주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저당 식단의 일부로 활용할 경우 체중 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 인공 감미료,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활용할 때 제 역할 연구진은 인공 감미료의 효과에 대해 ‘무엇을 대체하느냐’와 ‘어떤 식습관에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즉, 인공 감미료는 설탕을 줄이는 전략의 일부일 때 유용하지만, 단맛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하루 총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 할 것을 권장한다. 2000칼로리 기준 약 50g이다. WHO가 제시한 이상적인 섭취량은 5%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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