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분해 안돼 장기 마비… 드라마서 송중기가 걸린 병 [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밀로이드증

‘마이 유스’에서 배우 송중기가 연기하는 ‘선우해’는 아밀로이드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드라마 ‘마이 유스’ 캡처
‘마이 유스’에서 배우 송중기가 연기하는 ‘선우해’는 아밀로이드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드라마 ‘마이 유스’ 캡처
홍은심 기자
홍은심 기자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마이 유스’에서 배우 송중기가 연기하는 ‘선우해’는 아밀로이드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드라마는 병마와 사랑, 관계의 변화를 그리며 시청자의 몰입을 높이지만 극 중 등장한 병명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실제 아밀로이드증은 진단이 어렵고 치명적인 질환이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일정한 주기로 생성되고 분해되며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구조 이상이 생기면 일부 단백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장기나 조직에 쌓여 섬유질 덩어리가 된다. 이를 아밀로이드라고 한다. 아밀로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어느 장기에 축적되느냐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심장에 쌓일 경우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으로 이어질 수 있다.

ATTR-CM은 평소엔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거나 누워 있을 때 숨이 차는 호흡곤란, 부종, 피로, 흉통, 실신, 부정맥 등 심부전 증상과 유사해 진단이 늦어지는 대표적 희귀질환이다. 문인기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ATTR-CM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오진이 잦고 치료받지 않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환자는 호흡곤란, 흉통, 피로, 부종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흔한 심장질환으로 착각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현재 ATTR-CM 치료제는 타파미디스가 있다. 올해 3월부터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도 장벽은 여전하다. 문 교수는 “전국 80여 개 병원에서 핵의학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지만 ‘극희귀질환’ 코드 인정을 받아야 산정 특례를 적용받는다”며 “이 코드는 전국 42개 병원, 병원당 5명의 지정 의료진만 부여할 수 있어 진단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부 환자는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심장 조직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문 교수는 “치료제 급여가 적용됐다고 해도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기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다”며 “진단 체계의 표준화와 지역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속 병명이 더 이상 허구의 소재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아밀로이드증은 희귀하지만 조기 진단과 제도적 뒷받침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질환이다. 시청자의 눈물 너머 현실의 환자는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다.

#헬스동아#건강#의학#아밀로이드증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