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달러 코인으로 어차피 돈 빠져나가
출발 늦어… 신속한 제도 마련 필요
발행 주체 신뢰성-투명성 관리할 외부 감사-감독 체계도 어서 갖춰야”
14일 서울 용산구 토스인사이트 사옥에서 만난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의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며 “여유가 있는 시중은행이 돈을 덜 벌더라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문턱을 지금보다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토스인사이트 제공
“이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지를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 도입해야죠.”
14일 서울 용산구 토스인사이트 사옥에서 만난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61)는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란에 이렇게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은행 같은 중개 기관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의 미래가 다양하게 바뀔 텐데 그 기초가 되는 통화자산이 스테이블코인”이라고도 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거친 금융 전문가인 손 대표는 핀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정책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연구하는 토스인사이트를 이끌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도입하고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속도론’과 여러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발행 주체도 까다롭게 규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손 대표는 “우리는 선진국보다 출발이 늦다”며 제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 주체의 신뢰성, 투명성을 관리하는 외부 감사와 감독 체계는 빨리 갖춰야 한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국내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으나 없으나 자본 유출로 어차피 빠져나갈 돈은 빠져나갈 것”이라며 차라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빨리 잘 정착시켜 자본 유출을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금융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손 대표는 이재명 정부에서 완화돼야 할 규제에 대해 “금산분리는 반드시 풀어줘야 한다. 미래 금융은 비금융과 금융이 계속 융합되는 모습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스타벅스, 애플페이 등 비금융 회사들이 플랫폼으로 소비자 경험에 맞춰 금융 서비스를 한다”며 “금융과 비금융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건 낡은 도구”라고도 했다.
손 대표는 온라인 규제와 오프라인 규제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드 결제를 온라인에서 하면 전자금융법이 적용되고,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적용되고, 가게에서 QR코드를 찍어 결제하면 온라인 결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권에 요구되는 ‘생산적 금융’에 대해 손 대표는“금융의 원칙을 지키되 제도에서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서라도 은행이 기업에 투자도 하고 위험한 곳에 대출도 해줄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특히 시중은행의 ‘포용적 금융’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의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며 “포용적 금융이 시대적 과제라면 여유가 있는 시중은행도 나눠서 짐을 짊어지게 해야 포용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중은행이 ‘안전한 이자 장사만 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돈을 덜 벌더라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문턱을 지금보다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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