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행정망 잇따라 뚫린 뒤에야
공공-통신 1600개 시스템 보안 점검
해킹 정황땐 신고 없어도 정부가 조사
[서울=뉴시스]
내년 상반기부터 모든 상장사는 보안 관련 투자액과 인력 등 정보보호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해킹 정황이 있을 때에는 기업의 신고 없이도 정부의 직권 조사가 가능해진다. 최근 연이은 해킹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범정부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는 국가 전반의 정보보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1600여 개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대해 대대적인 보안 취약점 점검을 수행하고, 통신사의 경우 실제 업무 중 불시로 해킹을 시도하는 등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경찰 신고, 제보 등으로 해킹 정황을 확보한 경우 기업의 신고 없이도 정부가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KT 무단 소액결제 당시 ‘늑장 신고’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최근 LG유플러스도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이 해킹 정황을 제시했으나 “서버 침해 흔적이 없다”며 신고를 하지 않아 조사가 늦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만약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음에도 신고가 늦어지거나 재발 방치 대책 미이행 등 보안 의무를 위반할 경우 물게 되는 과태료 및 과징금 한도도 높아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안 관련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최대 전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영국의 경우 정보보호와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 매출의 10%까지도 부과하는 사례가 있다”며 과징금 범위가 큰 폭으로 상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정보보호 공시 의무 대상도 상장사 전체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사업 분야나 매출액, 이용자 수 등에 따라 666개 기업만이 의무적으로 정보보호 공시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2700여 개의 상장사가 모두 관련 공시를 해야 한다. 이 조치는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적용된다. 이 외에도 최고경영자(CEO)의 보안 책임 원칙을 법령상 명문화해 중대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시 법적으로 CEO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무원 업무망인 온나라시스템 해킹 사태가 발생하는 등 정부도 정보 유출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기업에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불만도 새어나온다. 국내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사 중에도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정보보호 공시 의무 자체가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내 중장기적인 정보보호 대책이 담긴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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