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상 “캄보디아 선물 전달땐 130억 지급”… 코카인 해외 운반 나선 헤드헌터 기업 상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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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인천→캄보디아 계획
11억 상당 코카인 인천서 덜미
“수익 노린 범행” 징역 2년 확정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테초국제공항에 게양된 캄보디아 국기. 2025.10.15 뉴스1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테초국제공항에 게양된 캄보디아 국기. 2025.10.15 뉴스1
‘캄보디아에서 13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코카인을 운반하던 국내 기업 임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웬치(범죄단지)’에서 대학생 박모 씨(22)를 고문·살해한 중국인 중 1명이 2년 전 발생한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공범임이 밝혀진 가운데 캄보디아를 거친 마약 관련 범죄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5일 특정범죄가중법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제모용 왁스에 숨긴 코카인 약 5.7kg(시가 11억2400만 원 상당)을 들여와 캄보디아로 운반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명문대 출신 기업 상무인 A 씨가 단순한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고수익을 노리고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헤드헌터 기업의 상무로 재직 중이던 A 씨는 지난해 3월 메신저 ‘와츠앱’에서 자신을 세계은행(World Bank) 직원이라고 소개한 B 씨로부터 ‘캄보디아의 한 은행에 당신 명의 계좌에 1050만 달러(당시 약 130억 원)가 있다.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줄 테니 캄보디아 은행 직원에게 건넬 선물을 전달해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B 씨의 지시에 따라 자물쇠로 잠긴 캐리어를 건네받았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던 중 세관 검색에서 적발돼 체포됐다.

검찰은 A 씨의 왕복 항공권 결제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이뤄진 점 등을 토대로, 현지 마약 밀매 조직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 씨는 “B 씨를 세계은행 직원으로 믿었으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 씨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보험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국제 금융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인보다 높다”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캄보디아 마약 밀매 조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반인을 운반책(일명 ‘지게꾼’)으로 모집하는 사례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캄보디아에서 70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반입한 조직원 19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일당 1000만 원을 주겠다’며 지게꾼을 구하고, 항공편과 체류비를 모두 지원했다. 지게꾼들이 적발돼 구속되더라도 소모품처럼 ‘꼬리 자르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류 밀수 범죄도 증가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들여온 마약류 밀수 사범은 2023년 1235명(전체 마약 사범의 4.5%), 지난해 1126명(4.9%), 그리고 올해 1∼8월에만 1158명(7.5%)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이미 전년도 수치를 넘어선 만큼,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마약 밀수#마약 범죄#지게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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